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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사람통장을 만들어라”
“1992년 8월 한ㆍ중 수교 직후인 12월 마지막 날, 나는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탔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끼던 닷 돈짜리 호랑이 금반지를 비상시에 쓰라며 내 손가락에 끼워주셨다. (…) 중국으로 배낭 하나 둘러메고 팬티 속에 달러 주머니를 차고 중국어 한마디 못하는 채로 떠났다.”

‘베이징대 한국인 유학생 1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중국전문가 김만기 ㈜랴오닝하이리더부동산개발 대표의 20년 전 중국행은 초라했다. 대학입시에 세 번이나 떨어져 패잔병처럼 참담했던 그는 막다른 골목을 향하듯 중공으로 불린 ‘죽의 장막’ 속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를 배우면 종일 만나는 사람마다 안부를 묻고, ‘결혼하셨습니까’를 배우면 종일 입에 달고 다니며 말을 익혔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중국 선양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쌍둥이 주상복합빌딩을 개발, 100% 분양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가에 화제가 됐다. 대기업도 힘든 일을 개인사업자가 따내 성사시킨 건 거의 기적처럼 얘기된다.

‘20대에는 사람을 쫓고 30대에는 일에 미쳐라’(위즈덤하우스)는 스스로를 ‘시골 촌놈’이라 부르는 40대 초반의 김 대표가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실패와 성공, 사람과 꿈에 관한 얘기다.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20대, 30대에 무엇이 중요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곤조곤 다감하게 일러준다. 멘토를 자처한 셈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자면 ‘사람통장’이다. 좋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 사람통장을 복리로 굴려가느냐다. 저자는 20대엔 온 힘을 다해 친구를 만들라고 권한다. 스펙 쌓기나 돈 버는 일은 나중이다. 20대의 강력한 자산은 친구라는 얘기다. 성공의 기회도 사람에게서 오고, 능력도 바로 인맥을 통해 더 커간다. 다양한 인맥은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유효하다. 친한 사람과 팀을 이루기보다 불편한 사람, 낯선 사람과 부딪치면서 함께 일하면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된다.

저자의 인맥론은 단지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그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삶과 연결된다.

‘득’이 되는 사람과 ‘독’이 되는 사람 구별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사계절을 겪어봐라’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을 좇으라’ ‘꿈꾸고 도전하는 사람을 가까이하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만나지 말라’ 등 저자의 조언은 사람 보는 밝은 눈을 열어준다.

멘토 이야기는 20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법하다.

굳이 성공한 사람 중에서 멘토를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선배나 교수, 동기, 아내도 멘토가 될 수 있다. 이왕이면 분야별로 있으면 좋다. 머뭇거리지 말고 청하라.

예로부터 사람을 얻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다. ‘사람테크의 달인’인 저자의 비결은 기본을 지키라는 것. 쉬운 일 같지만 간단치 않다. 결국은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30대의 사람통장은 20대와는 다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과제다. 여기에도 예의 인맥이 핵심이다. 20대가 열정과 노력으로 다방면의 사람을 만나면서 인맥을 만났다면, 30대는 실력으로 인맥을 만들라는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이라도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인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책은 일종의 ‘인간관계 탐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 연구의 깊이가 있다. 성공과 사람의 함수관계를 풀어낸 듯 확신 있는 말이 신뢰감을 준다. 여기에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정보, 폭넓은 관계 속에서 건져 올린 통찰이 알알이 꽉 차 10년차 멘토를 얻은 듯 든든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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