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5ㆍ오릭스)이 8년만에 국내 프로야구 무대 복귀를 선언했다. 이승엽의 고교(경북고)와 팀 선배인 류중일 감독도 올해 초 사령탑에 데뷔하면서 “이승엽을 일본에서 꼭 데려오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그의 삼성 복귀는 순풍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엽의 일본 외도 8년을 평가하자면 최고의 전성기도 있었지만 기복도 심한 굴곡많은 인생이었다.
삼성 소속이던 이승엽은 2003년 56개의 홈런으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뒤, 2004년 2년간 5억엔(약 73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이듬해인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 홈런 3방을 터뜨리며 지바 롯데에 31년 만에 우승컵을 안겼다. 몸값을 높인 이승엽은 2006년 일본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이적한 그해 타율 0.323, 41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엔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은 뒤 왼손 엄지 수술, 무릎 통증 등 잦은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오릭스로 옮긴 뒤부터는 장기간 부진이 이어졌고 이는 결국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계기가 됐다.
이승엽의 귀향은 성적 부진과 자녀 양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씨는 “올해 승엽이가 오릭스의 외국인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강했다”며 “지난 5월 둘째 아들 은엽이가 태어났는데 시즌 중반부터 자식 양육 문제로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 8년 간 일본에서 통산 타율 0.257, 홈런 159개, 439타점을 기록했다.
서른 다섯 늙은 노병의 복귀지만 그의 귀환이 가져올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미 선동열 감독이 18일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으며 ‘무등산 폭격기’의 귀환을 알렸다. 지바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도 돌아온다. 국내 프로야구도 700만 관중시대를 앞두고 있어 내년 구름관중을 몰고올 흥행요인은 골고루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타이틀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 같다. 내년에 자유선수 자격을 획득하는 최고의 에이스 이대호(29ㆍ롯데)가 한국에 남으면 이승엽과 최고의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태균과 올 시즌 홈런왕 최형우(28·삼성) 등이 합세하면 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