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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지향서 내수중심으로…한국경제 패러다임 바뀐다
유럽위기 이후 세계경제 지각변동 예고…
亞 주요국 환란 트라우마

외환보유액 아무리 쌓아도

경제위기땐 여전히 속수무책


선진국 경제위기 일단락땐

원화·위안화 절상 압박

亞 내수시장 확보 노림수


수출국-주요 소비국 간

통화전쟁 불가피할 듯

재정위기를 맞은 선진국들은 대부분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조세 수입보다 더 많은 재정 지출을 해서 생긴 일이다. 일단은 재정 지출을 줄이겠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조세 수입을 늘리는 데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일단 그리스 같은 ‘발등의 불’을 끄고 나면 유럽 선진국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요구할 게 뻔하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수출로 지탱해온 아시아 국가가 내수(소비)로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시대가 향후 1~2년 내에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시아 국가에 대한 선진국들의 압박이 통하려면 그전에 선행돼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한국 등 몇몇 나라가 갖고 있는 ‘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일이다.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IMF는 이들 나라의 경제 회복보다는 외채 상환에만 관심을 뒀다. 겉으로는 국제 경쟁력 회복을 내세웠지만 고환율ㆍ고금리 정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결과는 가혹했다. 수많은 기업이 쓰러졌고, 엄청난 실업을 불러왔다. 물가는 폭등했다. 



그 후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해서든 경상수지 흑자를 내서 외환 보유액을 쌓는 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외환 보유액의 50% 이상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쌓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외환 보유액 규모를 아무리 늘려봐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지난해부터 한국 주도로 G20 국가에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을 요구하는 것은 ‘선진국들이 우리한테 내수 확충(자기네 물건 많이 사 달라는 것)을 요구하기 전에 자신들이 촉발한 금융위기가 아시아로 전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다.

최근 한ㆍ미 정상회담 때 논란이 됐던 ‘한ㆍ미 통화스와프’ 재추진 건이나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논의된 ‘위험국가에 대한 IMF의 단기 유동성 지원 방안’ 등이 그 일환이다. 19일 열리는 한ㆍ일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한ㆍ일 통화스와프 확대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금융 안전망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다음 수순은 소비국인 선진국들이 수출국(한국, 중국 등)에 통화 절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 중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절상되면 그만큼 구매력이 커져 내수 확대로 이어진다. 정치적으로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흑자에 매달리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내부의 소득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할 시점이다. 당분간 아시아의 내수 성장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둔화로 인한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은 통화가치 상승 속도를 늦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국과 소비국 간 ‘통화전쟁’은 불가피하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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