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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아(ZIA), ”노래할 땐 새드무비의 주인공처럼...”
아이돌의 다이나믹하고 세련된 댄스곡, 일주일에 한번씩 세간의 입에 오르는 내리는 쟁쟁한 가수들의 경연 ‘나는 가수다’의 명곡들, 실력있는 아마추어들이 ‘슈퍼스타K’ 무대에서 재해석해 내놓는 히트곡들...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풍성한 노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수 지아(박지혜.25)의 발라드 ’내가 이렇지‘가 가을 신드롬을 앓고 있는 음악팬들을 위로 해주고 있다.

최근 지아 내놓은 앨범 ‘아방세(AVANGER)’의 타이틀곡 ‘내가 이렇지(Feat. 하동균)’는 공개되자마자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오르면서 마니아팬이 적지않음을 입증했다. 과거에 불렀던 곡까지 다시 인터넷 포털에서 화제가 되면서 가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에 발표했던 ‘물끄러미’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재작년에 나온 ‘술 한잔 해요’까지 재부각되면서 뒤늦게 여성가족부 음반 심의위원회로부터 ‘19금 가요’로 지정됐다. 정신없이 등장했다 퇴장하는 화려한 스타 가수들의 틈새에서, ‘내가 이렇지’에 앞서 ‘그대이길 바래요’로 명실공히 ‘발라드 퀸’임을 입증하더니, 서브타이틀곡인 ‘헤어진 첫날’, 엠블랙의 미르와 함께 ‘사랑을 적어요’, 케이윌과 부른 ‘그대이길 바래요’ 등 앨범 수록곡중 대부분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아를 직접 만나보니, 미성을 지닌 발라드 가수의 꾀꼬리같은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허스키 음색에 오히려 더 가까운 음색으로 새 앨범 후 이어진 호응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감수성이 풍부한 20, 30대 여성팬이 주요팬층이었지만, 최근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10대부터 중년팬까지 폭이 넓어졌어요. 가을 분위기가 나서 그런가요. 조용히 감상하기에 좋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폭발’에 가까운 음악팬들의 관심에는 뮤직비디오도 한몫 했다. ‘내가 이렇지’의 뮤직비디오는 요즘 ‘우리 결혼했어요’의 인기 커플인 함은정ㆍ이장우의 영화같은 키스신으로 아이돌 팬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홍보 효과와 팬층까지 넓히는 시너지를 얻었다. ‘내가 이렇지’는 백지영의 ’그여자‘, 다비치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허각의 ‘나를 잊지말아요’를 만든 작곡가 전해성씨와 작사가 최갑원의 곡.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10대 팬의 지지가 보태지면서 트위터같은 SNS엔 지아가 부른 곡명과 함께 ‘제 마음 같아요’‘위로를 주는 노래’ 등의 감상평이 줄을 잇고 있다. 드라마 ‘지고는 못살아’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인 ‘그래, 사랑해’도 OST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백지영과 비교되며 호평을 받았다. 이수영, 백지영 이후 이렇다할 발라드 여가수가 드문 요즘 아름다운 목소리와 절제된 샤우팅으로 깊은 호소력을 전달하는 지아표 발라드는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지만,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는 평. 깊은 소울감과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감정 표현은 어디서 나올까. 


지아는 “남자친구는 있었지만,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그렇구요. 새드무비를 좋아하는데 노래를 부르기전 가사를 음미하면서 슬펐던 장면을 떠올리면 감정 조절이 돼요”라며 특유의 창법을 살짝 공개했다.

지아는 히트곡이 많은 가수인데 비해 얼굴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요계에서 흔한 이름 중 하나라 ‘노래 잘하는 지아’‘발라드 지아’라고 덧붙여야 겨우 설명이 된다. ‘얼굴없는 가수’의 원조 김범수가 털어놓았던 것처럼,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외모라서도 아니다. 노래가 알려질 때까지 비공개로 활동하는 전략도 아니다. ‘생얼’로 만난 지아는 가꾸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미녀’라는 평을 받을 만했다. 낙천적인 성격과 권투 챔피언 출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건강한 체격은 좋은 인상을 풍긴다. 밝히지 않은 비밀을 공개해보라고 했더니, “팔씨름 장사!”라고 시원스레 대답하는 그녀다.

지아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문 또하나의 이유는, 그녀가 새 음반을 발표하고 프로모션 활동을 시작할 때 겪은 두 번의 대형 교통사고 때문이다. 두개골 골절 부상으로 무대에 다시 서지 못할 뻔한 적도 있다. 큰 부상을 입고 거듭된 장기 입원은 가수 활동을 위축시켰다. 

“음반을 내고 활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겪었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 자동차를 타는 것도, 스케줄도 두려울 만큼요. 교통사고 때문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무대공포증이 생겼어요. 극복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중예요.”

활달한 성격답지 않게 언제부턴가 조명이 비추고 카메라가 눈앞에서 움직이면 두려움이 앞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지아는 ”나서는 거 좋아해서 수업 시간에 노래를 도맡아서 하고 무대 앞에 서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없어요. 저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어요.”라며 잠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어릴 적에는 겁없이 마이크만 쥐어주면 흥이 났고,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가수 지망생인 여동생이 출전하는 보아짱 테스트에 따라갔다가 어머니가 지원서 두 장을 갖고 오는 바람에 준비없이 무대에 당당히 올라 대상까지 탔을 만큼 여유와 자신감이 있었다. 

“여동생도 노래를 무척 좋아해요. 남들은 친구따라 오디션을 봤다가 붙어 가수가 됐다고 하는데. 저만 붙어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죠. 처음에는 동생이 ‘왜 언니가 출전해 나를 떨어뜨리냐’며 서운해 했지만 제가 상을 받고난 후에야 풀렸어요.” 

박명수에게 스카우트될 뻔한 적도 있다. 라디오 프로 ‘특급작전’의 노래 경연 코너에 나갔을 때인데, 박명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연락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인연은 맺진 못했지만 가수 지망생 시절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과는 달리 ‘지르는 노래’를 많이 불렀고, 선배가수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은 한동안 지아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템포빠른 댄스곡에 맞춰 춤을 추는 것도 좋아한다고.

활동이 적었던 가수인만큼 많은 동료들과도 친교를 맺지 못했다. 같은 소속사인 써니힐과 함께 숙소생활을 하고 있고, 가수 베이지와 친한 편이다. 지아는 “다른 가수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지아는 “권투 챔피언 출신이지만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프로가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아버지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응원 속에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지만 데뷔 후 팬들과의 교감은 너무나 적었던 게 후회된다”면서 “제가 팬들을 향해 한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멜론이 주최하는 ‘특별한 음악여행’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사진=로엔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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