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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정보업계 꼬리무는 1위소송전 왜?
듀오, 동종업계 1위 문구

선우측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광고 하나에도 민감 반응


순위사이트 1위 올랐던 가연

기간명시 안해 소송 휘말려

일부선 단순 방문 집계 의혹


年1000억시장 1000개 업체 난립

사업분야 확대에 따른

업체간 이전투구도 치열



“내 배우자는 어디에 있나요?”

독신주의자가 아니라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일생일대의 과제다. 최근 미혼 남녀들의 사고방식이 변하면서 결혼 전문업체를 찾는 것이 이제는 그리 특이할 게 없다.

‘마담뚜’와 같은 중매쟁이를 통해 어색한 맞선 자리에 나서던 방식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돼 버렸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법. 전국에 결혼정보업체만 1000여개에 이르고,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결혼정보업 시장은 상위 3개 회사가 전체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군소업체들이 나머지 파이를 나눠 먹는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는 형국이다. 서비스업 특성상 고객들에 비치는 이미지가 어떠냐가 관건. 그만큼 업계 종사자들은 회사 홍보와 이미지메이킹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타사의 광고문구 하나에도 민감히 반응하게 된다. 결국 법적 공방까지 가는 경우도 빈번히 일어난다.

▶“내가 업계 1위”… 선우 vs 듀오

지난해 4월에는 (주)듀오정보와 (주)좋은만남선우가 ‘결혼정보업체 1위’라는 표현을 두고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는 선우의 손을 들어 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판결문에서 “(주)듀오정보의 광고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허위광고 또는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가장 높은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회원 수가 가장 많다고 주장하지만 결혼정보업체마다 회비가 서로 다른 점을 고려할 때 매출액만으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결혼정보업체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듀오는 신문, 정기간행물, 인터넷신문, 방송 등에 해당 문구를 사용한 광고를 하지 말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전까지 (주)듀오정보는 동종 업계 1위 업체란 표현을 쓰며, ‘회원 수 No.1, 성혼 커플 수 No.1’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해왔고, 선우 측에서 이에 대해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성혼 커플 수라는 개념 자체가 비교 대상이나 기준이 모호하고 객관적이고 타당한 계산 방법에 따른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체들의 자료를 받아 순위 다툼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지만, 일부 업체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물고 물리는 맞소송, 듀오-닥스클럽 vs 가연

지난 6월에는 듀오와 닥스클럽이 가연결혼정보(주)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에 “특정 시점을 표시하지 않은 ‘1위’ 광고는 금지되지만, 이를 명시한 광고는 금지하지 않는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가연이 순위 사이트인 랭키닷컴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1위를 유지했던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렸다.

1위 공방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됐다. 가연은 듀오를 상대로 ‘1위’라는 문구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7일 가연결혼정보(주)는 듀오를 상대로 ‘압도적인 회원 수’ ‘NO.1 웨딩컨설팅’ ‘고객만족도 1위’ 등의 광고문구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연 측은 “ ‘압도적인 회원 수’ 표현의 근거자료는 과거의 것이라 최근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NO.1 웨딩컨설팅’이나 ‘고객만족도 1위’ 같은 문구도 아무런 실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혼정보업체의 가입에는 신뢰도와 가치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듀오의 광고로 정당한 업무를 방해받아 막대한 영업상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 같은 광고는 업계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할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선우 대 듀오’ ‘듀오-닥스클럽 대 가연’ 소송에 이어 또다시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강한 자’를 괴롭혀야 강해진다?

최근의 결혼정보업체는 커플 매칭 사업뿐만 아니라 웨딩 사업, 부부ㆍ가족생활 컨설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업 분야가 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후발 주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은 결혼정보업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후발 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큰 규모의 업체를 상대로 이름을 알리기 위한 말 그대로 ‘소송을 위한 소송’에 나서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단순 방문자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을 정도로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시장 규모는 20~30대 중후반 700만명 중에 결혼정보 이용자는 10만명이 안 돼 지금은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라며 “1위라는 타이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성혼성공률, 결혼회원 수 등 1위 기준이 모호하고 검증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위’를 둘러싼 공방으로 지난 6년간 1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매출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도록 돼 있다”며 “정보 공개하는 업체가 드물고, 괜히 공개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순위가 결정되면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문제제기만 하고 있다”고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순위 집착 관행 타파돼야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자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타이틀에 집착하지 말고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해서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아 진정한 1위에 올라야지, 동종 업계에서 타사의 흠집을 잡고 서로 물어뜯기식으로 고객을 기만한다면 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또한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공개하는 등 투명한 경영을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도록 하자는 데에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더해 관리감독기관이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업체 간의 분쟁을 종식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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