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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막 앞둔 ‘부산영화제’를 보는 ‘다섯가지 시선’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BIFF]가 열전 9일간을 마감하며 14일 폐막합니다. 그동안 아시아 각국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을 끌어내며 다양한 이벤트와 화제를 낳았던 이번 영화제는 이용관 위원장 체계로 치러지며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과연 이번 부산영화제가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요? 5가지의 각도에서 점검해봅니다.

01.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들

총 70개국에서 30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지역적 분포를 보였이고 있습니다. 동북아권과 북미, 유럽에 다소 편중되었던 이전과 달리 좋은 영화를 찾아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방방곡곡을 찾아다닌 결과, 보다 다채로운 영화들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졌지만, 올해는 상영되는 영화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입니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많은 영화들 중에서 욘판 감독 특별전이나 린유세의 ‘점프 아쉰’, 진가신의 ‘무협’, 소노 시온의 ‘사랑의 죄’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르 아브르’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타는 소년’,등은 영화 관련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작품들입니다. 이와이 순지의 ‘뱀파이어’,나 빔 벤더스의 ‘피나 3D’처럼 매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지명도 있는 감독들의 작품들도 있습니다.

10월 중순 개봉 예정인 이한 감독의 기대작 ‘완득이’도 이미 영화제의 오픈 시네마 코너를 통해 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되었습니다. 괴짜 선생과 소심한 반항아의 티격태격한 일상을 다룬 김윤석과 유아인 주연의 ‘완득이’는 단순한 성장 영화 이상의 영화적인 재미와 함께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관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300편이 넘는 영화가 집중적으로 상영되는 탓에 관객들은 영화를 골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관객들은 취향에 따라 영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각양 각색의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선 그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일반 극장가인 멀티 플렉스에서 10여개의 영화를 놓고 고민하며 고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02. 부산국제영화제의 감독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핵심에는 ‘우리 영화’와 ‘아시아 영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제 초창기부터 우리 영화는 물론 아시아 영화들을 비중있게 프로그램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아 영화의 창’과 ‘한국 영화 파노라마’, ‘한국 영화 회고전’등의 파트를 통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영화들을 발굴하고 소개 하는 것은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온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제를 통해 그동안 동남아는 물론 이란과 인도를 비롯한 중동의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작품들이 무수히 소개되어 왔지만, 대중적인 관심은 역시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4개국 거장들의 작품에 쏠려있는 듯 싶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초창기부터 이마무라 쇼헤이, 구로사와 기요시, 이와이 순지, 이누도 잇신, 장이모우, 지아장커, 허우 샤오시엔등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끊임없이 소개해 왔습니다.

일반 극장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아시아권 거장들의 작품들을 지난 16년간 꾸준히 소개함으로써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덧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개막작과 폐막작이 주로 한국 영화와 아시아권 영화라는 것만 봐도 이 영화제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돌스’ (2002),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플갱어’(2003) 장이모우의 ‘산사나무 아래’(2010) 등등 아시아권 거장들의 화제작들은 일반 극장가에 선보이기 전에 먼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빠짐없이 소개되어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오우삼, 오기가미 나오코, 미이케 다케시 등의 신작들이 차례로 선보이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정우성과 양자경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오우삼의 ‘검우강호’나 강렬한 액션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미이케 다케시의‘’13인의 자객‘ ’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한 섬세한 연출력을 지닌 오기가미 나오코의 ’토일렛‘등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예외없이 아시아권 거장들의 작품들이 올려져 관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테마로 한 가족 영화로 알려진 하라다 마사토의 ’내 어머니의 연대기‘에는 야쿠쇼 코지, 키키 기린,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은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데,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되었는지 올해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금 일본 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라 할 수 있는 소노 시온은 ’두더지‘와 ’사랑의 죄, 두 편의 작품을 영화제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어풍 범죄극 ‘차가운 열대어’를 통해 인간 내부에 잠재된 광기를 충격적으로 묘사함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었던 소노 시온은 이번엔 에로틱 스릴러 ‘사랑의 죄’를 통해 다시 한번 차갑고 적나라한 영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03. 부산국제영화제의 배우들

영화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레드카펫을 밟으며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화려한 옷차림입니다. 칸느 영화제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도 할리우드나 유럽의 내노라하는 여배우들의 화려한 옷 맵시는 그 자체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습니다. 우아하거나 혹은 섹시하거나, 여배우들의 그 고혹스런 자태는 영화는 물론 자신을 홍보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도 합니다.

레드카펫 행사는 원래 서구의 영화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주요 행사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선 김하늘, 조여정, 성유리,유인나, 예지원 같은 국내 여배우들은 물론 팡밍밍 같은 중국 여배우까지 가세하여 한층 열기가 고조되었습니다.


여배우들은 주연배우 자격으로 레드카펫 위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매력을 과시하며 영화제에 올려진 출연작을 홍보합니다. 취재진들과 팬들 앞에서 펼쳐지는 행사이고 다수가 참가하기 때문에 여배우들은 의상 선택에서부터 옷 맵시와 자태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합니다. 여배우로써 레드카펫 위에 섰다는 것은 경력을 더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칫 의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튈 경우 구설에 오르기도 합니다.

04.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관계자들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의 축제이지만, 영화가 상영되고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 동안 물밑에선 영화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비즈니스의 장이기도 합니다. 제작사와 투자자는 물론 수입, 배급사 등 영화인들은 자기 영화와 배우의 홍보는 물론 관객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일반 극장가에서의 흥행 전망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아시아권의 영화들을 많이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6회를 맞을 만큼 이제는 연륜을 갖춘데다, 각양각색의 다양하고 풍부한 아시아권 영화들을 선보이는 탓에 현장에선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배급사 관계자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영화제에선 비즈니스는 물론 학술적인 행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선 ‘아시아 영화의 길을 묻다 - 동아시아를 중심으로’라는 타이틀로 학술포럼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산업과 영화미학에 대한 이해와 지원의 폭을 넓히고 이론적 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부산영화포럼측이 기획한 국제 학술대회입니다. 이 행사에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영화학 교수들이 참가하여 아시아권 영화에 대한 접근 방법과 영화의 테마를 중심으로 그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05.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요인

올해로 16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 수준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전용관이 건립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맞고 있습니다. 영화제 초창기부터 세계 각국의 상업성 짙은 대중적인 영화는 물론 독립영화에서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영화들이 선보여 왔습니다. 영화제에서의 호평을 기반으로 일반 극장가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작품들도 부지기수입니다. 2007년 12회 때는 안노 히데야키의 걸작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서’가 9월 일본 현지 개봉에 이어 곧바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올려지며 국내 애니메이션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바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영화제에 걸맞게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섭렵해 왔습니다. 영화제는 당대의 화제작은 물론 거장들의 기대작에서 낯선 감독들의 신작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영화는 물론 ‘한국 영화 회고전’을 통해 신상옥, 김수용, 정창화, 이만희, 하길종, 유현목 등등 지난 세대 충무로 거장들의 작품들도 함께 상영해 왔습니다.

요컨대, 현재와 과거를 아울러 시대의 흐름이 담겨있는 수작들을 꾸준히 발굴하여 관객들과 호흡해 온 것이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입니다. 실험성 강한 인디계열의 작품이나 동남아나 중동의 낯설고 생소한 작품들도 많지만, 당대의 화제작이나 거장들의 기대작들도 빠짐없이 채택하여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해 왔습니다.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작품으로 매니아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과도 꾸준히 소통해 온 것이 영화제의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부산=이슈팀 박혜정기자 
hee@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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