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內査)’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 갈등이 재연됐다. 법무부와 검찰이 경찰의 내사 범위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을 마련해 지난 10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선 경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마련한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경찰이 검찰의 지휘 없이 할 수 있는 내사의 범위는 초기 탐문과 정보 수집으로 제한된다. 경찰이 내사로 범죄 혐의를 인식한 뒤에는 지체 없이 입건을 하도록 했다. 다만 보완 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줄 방침이다.
그러나 참고인에 대한 소환 조사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한 계좌 추적은 모두 내사 단계가 아닌 수사 개시 단계로 봐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지금까지 검ㆍ경은 피의자 입건 전 단계인 ▷주변인 탐문과 정보 수집 ▷증거 수집과 계좌 추적 등을 위한 압수수색 ▷참고인 소환 조사 등을 수사 관행상 모두 내사로 분류해왔다. 결국 법무부는 내사의 범위를 줄여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적인 부분을 비켜간 셈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외부 행사 참석차 경찰청을 떠나는 길에 굳은 표정으로 “말을 하려면 할 말이 많지만 지금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서로에게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기관 간 이견 조율 과정에서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청 고 위 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이 국무총리실 에 제출한 시행령 초안은 6월 말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이 초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경찰과 상의를 거친 적도 없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검찰의 초안은 지난 6월 말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검찰과 경찰의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새로 조정된 수사권의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