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남자 7호는 약간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 중퇴, 고졸이라는 학력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교 영어선생으로 재직중인 여자 2호와 짝이 이뤄지는 데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여자 2호도 “한 사람을 소중한 인격으로 만나는 그런 시간이었다”라며 순수한 남자와의 만남을 반기면서도 남자 7호에게 부모님이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 남자7호는 “꿇어야지”라고 말했다.
짝이 이뤄졌으면 그 상황을 즐겨야지 현실적 고민부터 하는 게 시청자로서 안쓰러웠다. 여자 2호는 남자 7호의 접근을 엄마에게 전화로 알리자 그녀의 엄마는 “그런 점은 우리랑은 많이 다르구나”라고 했다. (게다가 이 어머니는 딸이 남자 7호와 짝이 되면 다른 남자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전화로 말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스펙 사회가 낳은 한 단면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남자 7호는 주눅들 필요가 없다.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 총괄 셰프면 우리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스펙의 관점이지만은. 게다가 남자 7호는 자신의 특기인 요리 실력을 발휘해 감동을 주고 사랑을 쟁취할 줄 아는 감성도 지녔다.
하지만 학력 스펙만으로 따지는 이상한 스펙지상주의 관점의 분위기에서 이 훌륭한 남자가 풀이 죽어 있어야 했다.
물론 우직하고 성실하게 보이는 그의 성격이 스스로를 대단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데 한몫 했겠지만 남자 7호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여자 2호와 기회가 된다면 그 부모님에게까지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자신있게 난관을 극복하시길.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