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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틀넥·청바지·스니커즈…20년 스타일도 전략이었다
검은색 이세이미야케 터틀넥(니트웨어)과 리바이스501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의 스니커즈.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20년 넘게 이 패션을 고수해왔다. 멋을 부릴 줄 몰라서? 아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지독하게 멋을 부렸다. 그리고 그것은 전략이기도 했다. ‘잡스’ 하면 전 세계인들이 ‘아하, 그 스타일!’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할 일종의 전략적 스타일링을 구사한 것.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일관성 있는 패션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소개하는 애플 제품의 혁신성을 오히려 더 도드라지게 했던 것. 그에 따라 미국 등지에선 그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패션이 유행했을 정도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잡스의 선택으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잡스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이세이미야케의 검은 터틀넥을 어떤 옷보다 맘에 들어했다. 목을 절반쯤 덮는 검은 니트를 좋아해 단종된 이 니트웨어를 특별주문해 입었다. 목선을 몇 ㎝까지 올라와야 하느냐까지 따질 정도로 까다로웠다.

그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자신이 앉을 의자까지도 까다롭게 골랐다. 잡스가 선택한 까만색 1인용 소파는 20세기 초 혁신적 근대예술운동을 이끌었던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디자인이었다. ‘그랑 콩포르(Grand confort·위대한 편안함)’라는 이 소파는 오늘날 ‘불세출의 디자인’으로 꼽히는 명품 의자다. 최고의 건축가가 보여준 완벽한 디자인을 애플 또한 지향하겠다는 전략이 담긴 선택이었다.

잡스는 “내가 거실에 유일하게 두는 것은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ㆍ일본계 미국 가구디자이너)의 ‘라운지 암 체어’다. 그는 나무의 영혼까지 어루만진 장인”이라고 말했다. 평소 ‘위대한 제품은 취향(taste)이 일궈낸 성취’라고 강조해온 잡스는 “당신도 최고의 물건을 써보고 그걸 삶과 일에 반영하라”고 조언하곤 했다.

잡스의 위대함은 자신의 취향을 더없이 까다로운 꼭지점으로 한없이 끌어올린 데 있다. 그 정점에 오르면 군더더기는 더이상 필요없고,핵심만 남게 된다. 이처럼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디자인철학을 지닌 스티브 잡스 옆에는 조나단 아이브(44)라는 위대한 디자이너가 있었다.

아이브는 ‘Less is More’(간결한 것이 더 많은 걸 보여준다)라는 디자인 철학을 제시했던 디터 람스(79)를 흠모했다. 결국 애플의 디자인들은 디터 람스의 철학에 뿌리를 둔 셈.

미술비평가인 정준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감독은 “흔히들 디자인을 장식의 의미로 생각하는데 잡스는 디자인이 추구해야 할 경지를 넘어서며, 오로지 본질을 추구했다. 뼛속까지 단순함을 추구한 미니멀리스트였다. 그 결과 오늘날 애플을 종교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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