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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 ‘분노의 깃발’ 들다
범야 서울시장후보 박원순으로 본 한국의 현실
경제난·高실업·부의 편중

글로벌 앵거현상 확산


한국도 분노지수 최고조

기존 정치권에 강한 불신

제3 대안세력서 출구 찾아

대권지형도 지각변동 예고


5%의 척박한 지지율로 출발한 진보 시민사회 세력이 두 번의 집권 경험을 지닌 제1 야당 후보를 누르고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기성정치 대 시민정치’의 양자 구도로 재편됨은 물론, 여권의 박근혜 대세론과 범야권의 권력지형 등 기존 정치권의 내년 총ㆍ대선 전략, 구도가 총체적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결과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변화와 기대를 선택한 넥타이 무당파와 중산층의 ‘성난 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과 박풍(朴風ㆍ박원순 바람)으로 대표된 장외정치가 일회성 바람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은 이번 경선 결과로 쇼크 이상의 외상을 입었다. 처음 안철수 원장의 바람은 어디까지나 여론조사상의 가상 결과였지만, 박 변호사가 정당 기반 없이 단독후보로 선출된 과정은 엄연히 눈앞에 일어난 현실이다. 여세를 몰아 박 변호사가 민주당으로 편입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선택해 당선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안 원장과 함께 ‘제3의 정당’이 대안세력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경선에 실패한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 내에서도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SNS(SNS 사용자의 70% 이상이 서울시민)라는 통로를 통해 배출됐다”고 진단할 정도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박 변호사의 입성이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상징하는 정치행위라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당초 이번 보궐선거가 ‘능력 있는 여당, 무책임한 야당’ 프레임으로 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으며, 그 기세를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연결시켜 정권 재창출에 나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박 변호사의 후보 확정으로 선거 구도가 ‘기성정치 대 시민정치’라는 전인미답의 정치 시험대 위에 오름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서는 안풍과 박풍의 위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교수와 박 변호사의 깨끗한 이미지가 많은 시민들에게 ‘어필’한 게 사실이지만, 뿌리 깊은 곳에서는 사회 양극화와 실업대란 등 빡빡한 사회 현실의 불만이 이들을 출구로 분출되고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그리스ㆍ스페인의 청년시위와 미국 뉴욕 젊은이들의 ‘월가 점령(occupy the wall)’ 등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산층의 ‘글로벌 앵거(Global Anger)’ 현상과 맥을 함께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세계화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정보기술(IT)이 (청년들의) 분노를 세계화하고 있다”고 말했고, 영국 진보운동가 오언 존스는 “자본주의가 1920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분노의 투표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넘어 기성정치권의 대선 화두였던 여권의 박근혜 대세론과 야권의 권력지형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 재창출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기존 구도를 유지, 발전시키는 형태가 되겠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경우 ‘박근혜 대세론’ 프레임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중심의 범야권 구도가 유지될지, 판(제3 세력 포함)이 전면적으로 다시 짜일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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