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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평가>나경원 ‘예쁜 온실속 화초’ 넘어 ‘강한 차기 대표 정치인’으로 거듭날까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강대를 방문한 지난달 21일, 나 후보를 알아본 학생들은 “진짜 예쁘네”라며 수근거렸다. 그의 곁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높은 대중 인지도는 나 후보의 큰 장점이다.나 후보의 이름 앞에는 ‘미모의 여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 판사가 되기까지 스스로가 인정하는 ‘모범생의 삶’을 살아왔다.

이런 나 후보의 수식어는 정치 입문과 함께 그를 단숨에 ‘여의도의 스타’로 만들었다. ‘나경원 대변인’이후 대변인은 초선 여성 의원의 필수 과목이 됐고, 두 차례 전당대회에서는 여론조사의 우위를 앞세워 모두 최고위원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는 서울시장 나경원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되고 있다.

▶모범생 나경원 ‘실패는 남의 이야기’=나 후보는 스스로가 인정하는 ‘모범생’이였다.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에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고, 예쁘고 똑똑한 딸의 전형이였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엄친딸’인 셈이다.

‘서울대 법대 MT’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속 나 후보의 앳된 얼굴은 동기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됐고, 그의 대학시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말로하면 ‘여신의 포스’를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국회의원, 법학 교수, 판검사가 된 그의 동기들은 ‘너무 예뻐 다가갈 생각조차 하기 힘든, 그래서 말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친구, 정치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은’ 나 후보를 기억한다.

사법고시 합격, 그리고 정치 입문도 비교적 순조로웠다. 졸업 후 몇 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뱃 속의 첫 애와 함께 사법연수원을 함께 다녔고, 부부 판사로 남부럽지 않은 가정도 꾸렸다.

이런 그의 순탄한 삶은 정치판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2002년 대선에 나선 이회창 전 총재의 대변인, 그리고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그는 단숨에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우화하고 세련된 엘리트 도시 여성의 이미지는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18대 서울 중구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만든 원동력이였다.

▶‘차차기 대표 정치인’ vs ‘온실속 화초’=이 같은 성공스토리는 최근 여기저기서 도전을 받고 있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시정을 이끌기에는 너무 곱게만 커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한 때 “스타일리스트는 안된다”며 나 후보 비토론이 나왔던 배경에도 ‘곱게만 자라온 예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시각이 고스라히 담겨 있다. 치열한 학생운동을 해본 적도, 배고픈 삶을 살아본 경험도 없어서 서민들과 거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는 초반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장애인 딸을 훌륭하게 키워낸 성공한 여성 정치인이란 그동안의 이미지는 예상치 못했던 복지시설 ‘장애인 목욕’에 공격받고 있고, 8년 전 ‘자위대 행사 참석’ 논란은 ‘세련되지 못한 해명’으로 아직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나 후보가 확실한 ‘차차기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잡기 위한 관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나 후보에 대한 이미지는 ‘차차기 대선 후보’ 중 유력한 한 명으로 손색 없었지만, 구체적 검증은 여야 1대1 구도로 치뤄지는 이번 선거가 최초인 셈”이라며 “서울시장 나경원과 낙선한 나경원은 향후 그의 정치 행보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 인기를 표로 연결시켜라=나 후보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선의 기반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확인된 25.7%의 보수 고정표다. 보궐선거 투표율을 50%로 가정하고,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이들 상당수가 이번에도 투표장에 나올 경우 승리의 절반은 확보했다는 의미다.

남은 절반은 ‘예쁘고 똑똑한 여성 정치인’으로 누려온 개인 인기를 실제 표로 얼마나 이어갈지에 달려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플러스 5%로 해석했다. 수도권 선거에서 당락을 가름해왔던 30ㆍ40대에게 얼마나 공감가는 정책과 행보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최종 선거 결과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 후보의 이런 고민은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나선 그의 공약과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강르네상스의 전면 재검토를 약속하면서도 양화대교는 예정대로 마무리해야 하고, 전향적으로 돌아선 복지 당론을 수용하지만, 무상급식에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보수 고정표’와 ‘중간층 잡기’에서 고민하는 나 후보의 복잡한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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