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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모 美여대생 무죄 판결에 伊 ‘떫떠름’…왜?
미모의 미국 여대생 살인혐의 항소심 재판결과에 이탈리아 현지와 영국, 미국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페루자 항소법원은 지난 2007년 룸메이트 영국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 여대생 아만다 녹스(24)와 그의 이탈리아인 남자친구 라파엘 솔레시토(27)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토록 했다. 녹스는 1심에서 2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에 녹스의 재판 일정을 밀착취재 하던 미국 언론들은 무죄 선고를 주요 뉴스로 전하며 “마침내 우리의 딸을 고향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됐다”고 환호하고 있지만, 희생자 커처의 고국인 영국에선 이탈리아 사법부의 신뢰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등 분노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언론들은 자국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이번 항소심 재판결과에 대해 사실위주로 짤막하게 보도하는 데 그쳐 녹스의 유죄를 지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주요 언론들은 녹스의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항소법원 밖에 있던 시민들이 “Vergogna(치욕)”이라고 아유하는 장면을 주로 내보냈다.


또한 이탈리아 주요 언론들은 녹스가 기뻐하는 장면은 제외한 채 살해된 커처의 가족들이 기자회견 하는 장면을 자세히 소개했다. 커처의 언니인 스테파니는 기자회견에서 “용서하기 힘들다”면서 “4년은 매우 긴 시간이지만 여전히 쓰라리다”고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에서 유학온 녹스와 컴퓨터를 전공한 애인 솔레시토는 지난 2007년 11월 같은 집에서 살던 영국인 여대생 메러디스 커쳐(당시 21세)를 살해한 혐의로 사건 발생 5일 만에 체포됐다. 영국 리즈대학에 다니다 교환 학생으로 페루자에 온 커쳐는 자신의 방에서 반나체로 목에 심한 상처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솔레시토의 집에서 발견된 흉기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녹스의 DNA가 동시에 검출된 점을 증거로 내세워 두 사람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녹스가 커쳐에게 애인 솔레시토, 또 다른 용의자였던 코트디부아르 출신 루디 구데(당시 20세) 등 4명이 함께 성관계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가 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커쳐가 살해된 것으로 결론내렸다.

구데는 재판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뒤 추후 16년형으로 감형됐지만, 녹스와 솔레시토는 줄곧 범행사실을 부인해왔다. 1심 선고의 핵심쟁점이었던 DNA 증거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한 외부 전문가들은 항소심 재판에서 경찰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는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선고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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