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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로 5급 장애 받은 강성복씨, 그럼에도 신장기증
29일 11시 강남구 일원동 서울 삼성병원 2층 수술실앞 복도. 수술실에 들어가는 침대에 누운 강성복(47)씨는 눈을 감았다. 그 때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7년전 강씨는 자신이 모는 트럭에서 지게차가 짐을 내리는 걸 지켜 보고 있었다. ‘우쾅쾅’ 소리가 났다. 트럭의 짐이 쏟아져 강씨를 덥쳤다. 강씨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석달을 병원에서 지냈다.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 한번의 수술이 잘못돼 그 후 수술을 한번 더 받았다. 하반신 마비가 온다고 했다. 의지하나로 버텼다. 다행히 마비는 오지 않았지만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강씨는 눈을 뜨고 수술실 안쪽을 생각했다. ‘저 벽 너머, 나의 신장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7년전 허리를 다쳐 장애5급 판정을 받아 본인도 편치 않은 강성복씨는 이날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하며 2007년부터 혈액투석을 받아온 40대 남성 이모씨에게 자신의 신장을 주기 위해 수술실에 누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었지만 자신으로 인해 새 생명을 받겠다 생각하니 기뻤다. 수술은 1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다. 남편이 수술을 받는 동안 강씨의 아내 박진명(44)씨와 아들 강은혁(12)군은 복도를 지키며 기도했다. 박씨는 아버지가 얼마나 뜻깊은 일을 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아들에게 학교를 하루 쉬라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나서는 강씨를 향해 아내 박씨는 “잘못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불안하다”고 했다. 강씨는 그런 아내에게 “우리의 불안감은 잠시지만, 오랜 시간 나의 신장을 기다려온 사람은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 날이겠느냐”고 말했다. 강씨의 아내는 기자에게 “용기를 내어 큰 일을 하는 사람을 말려서야 되겠느냐, 불안하지만 남편을 적극지지 한다”고 했다.


강씨가 7년전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서며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면, 올해 2월 발생한 지인의 죽음을 통해 ‘남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다니던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함께 하던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강씨는 “지인의 죽음 직후 사람이 언제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지인의 장례절차가 끝나자 강씨는 사랑의 장기 운동본부로 달려가 사후각막기증과 뇌사시장기기증서약을 했다.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살아있는 동안 남을 돕고 싶었다. 한달 동안 고민을 하다 올해 2월 신장기증을 결심했다. 지난 5월에 연락이 와 4개월 후인 29일 수술실에 누웠다. 강씨는 수술실에 들어가기전 ”제가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제 신장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이식인도 남은 생애를 보람있게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병국기자 @goooogy> 
/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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