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선물서도 사흘째 순매도
주식 이어 ‘셀 코리아’ 재점화
트리플약세 2차 진원지 부상
주식에 이어 채권 시장이 ‘트리플 약세’의 2차 진원지가 되고 있다. 채권 시장 외국인 최대 큰손인 템플턴펀드의 국채 매도로 주식에 이어 채권에서도 ‘셀 코리아(Sell Korea)’가 이어져 주식, 금리, 원화의 동시 약세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다. <헤럴드경제 9월 26일자 ‘채권시장발 금융쇼크 현실화되나’, 9월 21일자 머니스토리 ‘4분기 증시 예측? 2008년 보면 답 있다’ 참조>
28일 템플턴펀드의 국채 매도 사실과 증권사들의 손절성 장기 채권 매도로 크게 밀렸던 채권 시장은 29일에도 외국인 매도로 약세다. 외국인은 국채선물 시장에서도 26일에만 반짝 순매수를 보였을 뿐, 27일 이후 사흘째 연속 순매도다. 주식 시장도 하락세이고, 지난 이틀 새 1170원대까지 안정됐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고개를 들며 1180원 선을 넘어섰다. 채권이 트리플 약세의 시발점이 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로 꼽히는 템플턴펀드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지 않고 있음에도 한국 국채 비중을 벤치마크보다 가장 많이 초과시킬 정도로 원화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2009년 이후 외국인 국채 순투자를 주도해온 미국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템플턴펀드이며, 템플턴펀드의 지속적인 매수는 이후 중국과 신흥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원화자산을 안전 자산급으로 취급하게끔 하는 데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템플턴펀드의 한국 국채 매도는 그동안의 선순환구조에 의심을 갖게 할 만한 사건인 셈이다.
대외 변수도 템플턴펀드의 매도 전환을 우려케 한다. 유럽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유럽과 거래하는 미국 금융기관들도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4분기에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고, 그리스 국채 부실 처리에 대한 유럽 민간 금융기관 참여를 촉구하는 압력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 자금에 전통적으로 달러 현금인출기(ATM)다. 아울러 유로존 위기감 고조와 함께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 변동성이 큰 원화 약세 폭도 커질 것이란 우려도 채권펀드를 자극할 만한 요소다.
실제 28일 템플턴펀드가 매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고채 9-2’는 지난 2009년 중반에 발행된 3년 만기 채권인데, 발행 당시 평균 환율은 1200원대 중반이다. 9월 중순 이후 국고 3년 금리가 빠르게 반등(가격 하락)한 데다 원화 절하마저 가파르게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위험관리 차원에도 매도할 만한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국내 채권 시장에서 유럽계 자금 비중은 크지 않지만, 유럽 금융기관과 연계된 미국 자금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또 외국인 채권 시장 이탈로 금리가 급상승하면 증권사와 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도 보유 채권 평가 손실을 줄이기 위한 손절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실제 최근 국채딜러 증권사들은 이달 중순부터 최근 입찰로 받은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자 손절성 매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와프 시장 등 외환ㆍ파생 시장 움직임을 감안할 때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도’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좀 더 관망하자는 분위기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전략본부장은 “템플턴펀드의 매도가 일부 나왔지만, 아직 원화 자산 축소라는 추세 전환으로 단정 짓기는 이르다. 여전히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물 포지션은 유지한 채 환위험만을 관리하려는 정도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