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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부장악·내부통제…‘후계구도 뿌리내리기’ 일단 성공적
구세대 엘리트 숙청 단일화

실질적 軍지휘권 직접 행사


구호·비석등 우상화 잰걸음

경제·대남정책 관여 확대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1983년 1월 8일생)이 지난해 9월 28일 당대표자회의에서 당군사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깜짝 등장한 후 1년이 지났다. 베일 속에 가려진 김정은이 갑작스럽게 전면에 부각되자 “20대후반의 경험이 일천한 그가 북한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예상을 깨고 그의 후계구도는 빠르게 안정권에 진입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상 강화 ▷우상화 작업 ▷전무한 경쟁상대 등 북한 내부의 특수상황을 등에 업고 공식 등장 1년 만에 김정일과 사실상 북한을 공동통치하고 있고 분석했다. 김정일이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12년 만에 공동통치 시대를 연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속도다.

김정은은 현재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직을 맡아 리영호 부위원장의 보좌를 받아 북한군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김일성 사후 결원이 충원되지 않아 국방위원회보다 열세에 놓였던 당중앙군사위원회는 2010년 당규약 개정을 통해 상설기관으로 바뀌고 북한군 수뇌부가 대거 진입, 그 위상이 대폭 강화됐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시진핑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서야 확실한 후계자로 인정받았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김정일이 사망한다고 해도 김정은이 이 직책과 군사권력에 의존해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옷을 입는 등 김일성과 유사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자마자 찬양가요 ‘발걸음’을 보급하고 그를 상징하는 ‘대장복(大將福)’ 비석까지 설립했다. 올해 김정일 생일을 다룬 기록영화에서는 ‘김정은을 위해 한목숨 바치자’는 구호의 플래카드까지 등장했다.





뚜렷한 경쟁상대가 없다는 것도 김정은의 후계구도 안정화에 기여했다. 김일성은 박헌영 등 잠재적 경쟁자를 차례로 숙청해나가면서 단일 지도체제를 확립했고, 김정일도 숙부이자 당시 2인자인 김영주와 권력경쟁을 벌인 끝에 최고 권력을 차지했다. 반면 김정은의 라이벌로 손꼽혔던 장남 김정남은 마카오를 전전하면서 카지노도박을 벌이는 등 이색행각을 벌이고 있고, 차남 김정철은 권력의지가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군부 실세인 리영호는 양쪽에서 김정은 체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정은은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닌데도 지난 2월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영호보다, 3월부터는 최영림 내각총리보다 먼저 호명되고 있다. 지난 2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과 김정은이 촘말리 사야손 라오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나란히 앉아 찍은 기념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 분야에 치중했던 김정은이 정상급 회담에 보란 듯이 등장했다. 현재 김정은의 북한 내 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또 “김정은은 군ㆍ공안기관 등 북한 내부 권력기구에 자기 세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경제ㆍ대남 정책에 나름대로 관여하고 있다. 나름대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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