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30~40대 싱글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적어도 겉으로는 상당히 거두어진 듯하다. 그러나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이라면 문제가 또 다르다. “도대체 넌 뭐가 문제니?”라는 친구ㆍ동료의 질문을 오늘도 되뇌며 살아가는 지구촌 싱글들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심심한 위로와 사랑을 담아 쓴 체험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결혼 1년차 작가인 새라 엑클(44)은 6년 전 직업적으로 한창 잘나가던 시절 남모르게 가슴앓이 했던 경험을 고백했다.
당시 39세였던 새라는 겉으로 볼 땐 당당한 커리어우먼이었지만 8년 간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해 잔뜩 위축된 상태였다. 그는 “소개팅에서 상대편 남자가 ‘남자친구 제대로 사귄 게 언제였어요?’라는 질문을 할 때가 가장 두려웠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새라는 자신을 위해, 또 세상의 고통받는 싱글들을 위해 결혼한 친구들과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만나 부끄럼없이 고민을 털어놨다. 그들의 조언에는 불평을 멈추고 머리손질 하기, 일기쓰기, 거품목욕 하기, 말을 부드럽고 상냥하게 하기, 긴 생머리 만들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물론 새라는 최선을 다해 그 조언들을 실천해 나갔다. ‘내가 너무 오만하고 부정적이었나’라는 통렬한 자기비판 속에 어려운 가정 아이들에게 스토리텔링을 알려주고 버려진 개를 입양해 키우고 물구나무 서는 법을 연습했다. 이 모두가 전문가들의 조언 대로 “남자가 있건 없던 내 인생은 즐겁다”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었다. 새라의 수첩은 매일 일정과 해야 할 일들로 빼곡히 찼고 주말이면 늘 새롭게 소개받을 남성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자리 남자동료가 그녀의 스케줄을 보고 한 마디 던졌다. “내가 네 데이트 상대라면 ‘저 여잔 내가 없어도 되겠는 걸’ 하고 떠나갈 것 같다.” 혼란스러웠다. 그런 노력들도 별 소득없이 지나가던 어느 12월 밤, 새라는 결혼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남자친구 없이 연휴를 보내야 하는 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동료가 “넌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인데 꼭 이 주제에서만큼은 바보처럼 굴더라!”라고 쏘아붙였다.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새라는 다시는 이 주제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짝 찾는 노력을 거의 포기하고 있던 어느 날 마크란 남성을 만났다. 여지없이 ‘언제 마지막으로 남자친구를 사귀어 봤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나이 서른아홉에 지난 8년 간 제대로 된 교제를 해본 적이 없다고 사실대로 고백하면 ‘매력없어 보일까 봐’ 새라는 대답을 미뤘다. 한 달 후 새라가 어렵게 사실을 고백했을 때 마크는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네요. 다른 사람들은 다 바보들이고”라고 반응했다. 새라와 마크는 그로부터 5년 후 결혼했고 지난 6월 친구들과 함께 결혼 1주년 기념파티를 벌였다.
새라는 칼럼에서 ‘내 탓이오’를 외치며 자책하는 싱글들에 “내가 결혼할 만큼 인격이 성숙한 뒤에야, 내 문제를 다 해결한 뒤에야 사랑을 찾은 것 같은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의 대답을 보면 새라는 적어도 완벽한 사람은 아닌 듯하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난 까다롭고 신경질적이고 패션감각도 매너도 엉망이며 새치도 많다. 게다가 언제 잘릴 지 모르는 프리랜서 작가다”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완전하지 않은 그가 소울메이트를 찾은 비결은 무얼까.
새라는 “나를 이해할 수 없는 퍼즐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아줄 상대를 기다리라”는 말로 답을 준다. 당연한 듯 하지만 “너에겐 문제가 있다”는 연애지침서와는 분명 다른 새라의 조언은 온라인에서도 크게 공감을 얻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sermonizer**’를 쓰는 한 미국인은 “경험자로서 크게 공감한다”면서 “나는 늘 목소리가 너무 크고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 시사를 화제로 꺼내는 것이 문제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아내는 그런 내 모습에 반했다고 말했다”고 의견을 남겼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