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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은 서랍속에서 꺼낸 한편의 사랑
추리극 같은 로맨스 ‘릴라 릴라’…그녀가 사랑했던 건 ‘그’ 일까, 아니면 ‘그가 가진 것’ 일까
다비드라는 스물네살의 청년이 있다. 바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어느날 그의 눈은 바의 손님 중 매력적인 여인을 한 명 찾아낸다. 마리다. 다비드는 무조건 그녀를 만나고 싶고 말을 걸고 싶다. 하지만 성격은 소심하고 말주변도 없다. 다비드의 눈은 오직 마리만을 ‘클로즈업’하지만 마리의 눈엔 다비드의 존재는 ‘아웃 포커스’다. 마리는 친구들과 함께 바에 들러 열띤 토론을 하곤 한다. 문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이다. 모든 것이 어설프고 소심하기 짝이 없는 다비드와 예쁘고 열정적인 마리와의 사이에 사랑이 시작될 수 있을까.

기회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왔다. 다비드는 어느날 중고장터에서 서랍이 잘 열리지 않는 낡은 협탁을 산다. 흥정도 제대로 못해 등떠밀리 듯 산 물건이다.

탁자를 집에 들인 다비드는 서랍을 열려고 낑낑대다 그 속에 있던 오래된 원고를 발견한다. 뭔가 싶어 글을 읽어내려가던 다비드는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 원고였다. 다비드는 작가를 알 수 없는 이 원고를 자신이 썼다며 마리에게 내민다. 마리는 건성으로 원고를 받아들었지만, 곧 이 소설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리는 출판사에 연락해 소설은 출간을 하게 된다. 다비드는 “전후 독일문학의 희망”이라는 찬사 속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마리와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을 한다.

그런데 어느날 소설의 진짜 주인이라며 수상한 중년 남자가 다비드에게 접근해오면서 모든 상황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과연 다비드는 끝까지 사랑과 거짓말을 지켜낼 수 있을까.

스위스 태생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틴 주터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우연히 발견된 의문의 소설’이라는 소재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경쾌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대개 끝이 어떻게 될지 알고도 보는 게 로맨스 영화지만 이 작품만큼은 거짓말을 소재로 해서 스릴러나 추리극을 보는 듯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상하기 힘들게 진행된다.

극중 여주인공은 “당신이 아니라 소설을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소설같은 삶을 꿈꿨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누구나 ‘사랑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 대상이 상대가 가진 돈이나 권력, 명성, 재능 같은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관객으로 하여금 던지게 하는 작품이다. 과연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가 가진 것을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이란 혹시 스스로가 창조한 환상이나 허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닐까.

잘 짜인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배우의 매력도 빛난다. 다비드 역의 다니엘 브륄은 ‘굿바이 레닌’ ‘에쥬케이터’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독일의 인기스타다. 마리 역의 헤르츠 스프룽은 ‘바더 마인호프’ ‘포 미니츠’로 잘 알져졌다. 독일의 재즈밴드 ‘Jazzanova’가 연주하는 보사노바의 명곡 ‘퍼햅스, 퍼햅스, 퍼햅스’(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나 록밴드 프란츠 퍼디난드의 ‘페이드 투게더’ , 사샤의 ‘와이드 어웨이크’ 등이 삽입돼 귀도 즐거운 로맨스 영화다. 신인 알랭 그스포너 감독의 데뷔작이다.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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