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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발한 춤꾼…그는 진짜였다
혁신적 안무가 아크람 칸 “내 의도 무용수 몸에 변환되는 과정에 희열”…이달말‘버티컬 로드’로 한국팬에 인사
영국 출신의 안무가 아크람 칸(37)은 현대 무용계의 혁신적인 안무가로 손꼽힌다. 방글라데시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인도 전통 무용 ‘카탁’을 익혔고, 스무 살 이후 발레와 현대무용을 두루 섭렵해 기존 문법을 벗어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특히 인도의 카탁과 현대 무용을 접목한 것은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칸은 2007년 실비 길렘과 공연했던 ‘신성한 괴물들’, 2009년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공연했던 ‘in-i’로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그가 유명 스타들과의 화려한 작업 뒤에, 온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살린 순수한 춤 ‘버티컬 로드’를 들고 귀환했다. 런던에 있는 아크람 칸과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매우 비주얼(visualㆍ시각적인)한 사람입니다. 쉴 때는 영화를 즐겨봐요. 아이튠스를 통해 수천편의 영화를 다운받아 보죠. 상징적인 이미지가 집약된 영화 속 장면들은 안무가인 제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어떤 영화는 정치의 모순, 인간 사회의 갈등 등을 딱 한 장면으로 표현하죠. 영화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어떻게 은유적으로 표현할지 색다른 방법을 제시합니다.”

인도 전통 무용과 모던 발레 등을 결합한 몸짓으로 현대 무용계의 혁신자로 꼽히는 아크람 칸.

아크람 칸의 작품은 연극, 영화, 비주얼 아트 등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전에 본 적 없는 틀을 벗어난 안무는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 그 자체로 강렬한 메시지가 된다. 

그가 지난해 7월 영국에서 초연한 신작 ‘버티컬 로드’는 ‘순수한 춤으로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다. 칸은 이 작품을 통해 기독교와 이슬람이 말하는, 인간이 사후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vertical ascension)’을 인간의 몸짓으로 표현한다. 그는 “기술 중심의 현대사회를 ‘수평적인 길’로 규정하고, 현대사회에 매몰돼 노예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진실과 깨우침을 얻기 위해 겪는 과정을 ‘수직적인 길’로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죽음 뒤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기억을 따라 삶의 여러 단계를 거쳐가는 한 여행자의 여정이 담겨 있다. 궁극에 다다르고자 하는 인간의 고통스럽고도 본능적인 몸부림을 역동적인 안무로 펼쳐보인다. 단순히 시각적 강렬함을 넘어,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그는 “작품에 등장하는 한 여행자는 끊임없이 마주치는 책을 집어 들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것, 거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음을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이나 무용수들의 구성도 안무 못지않게 선입견을 깬 스타일로 채웠다. 일렉트로니카의 화려한 전자음이 가슴 쿵쾅거리는 강렬한 무대를 채우고 스페인, 이집트, 그리스, 대만 등에서 모인 다국적 무용수들이 뒤섞인다.

순수 춤으로 귀환을 알린 아크람 칸의 ‘버티컬 로드’는 사후 세계를 준비하기 위한 한 여행자의 여정을 그린다.

칸은 그동안 유명 스타들과의 작업을 많이 해왔다. 줄리엣 비노쉬, 실비 길렘 등 타 분야의 아티스트와 함께 색다른 느낌의 협업을 펼쳐왔다. “듀오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춤출 아티스트와 움직임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때론 줄리엣 비노쉬와 같은 숙련된 댄서가 아닌 경우 스튜디오에서 첫발을 떼는 것도 어색한 일이죠. 하지만 한번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 그때부턴 물 흐르듯 흐릅니다. 다른 아티스트와 첫 연결고리를 찾는 것 자체가 일종의 성취죠.”

이번 단독 무대를 꾸미는 소감으로는 “남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안무를 짤 때, 안무가와 무용수들 간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한 작품이 완성돼 무대에 오르기까지 무용가와 안무가의 화학작용으로 빚어지는 창조적인 과정”이라며 “나의 몸언어(body language)를 무용수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나와 무용수들은 서로 움직임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안무를 짜는 과정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어떻게 내 안무가 무용수들의 몸에 변환돼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존하는 가장 혁신적인 안무가로 손꼽힌다. 많은 평론가들이 현대 무용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일종의 개척자로 그를 꼽는다. 하지만 항상 주목받는 안무가이기에, 평론가들로부터 쏟아지는 날카로운 비평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그는 “평론가들이 지적하는 부분, 그들이 실수라고 말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며 “오랜 시간을 거치며 내가 터득한 것은 ‘나의 가장 큰 실수(my greatest mistakes)는 가장 큰 성취(my greatest achievements)가 된다’는 사실이다. 숱한 지적들은 나를 진보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아크람 칸의 버티컬로드=30일~10월 1일ㆍLG아트센터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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