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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와 정유미가 말하는 영화 ‘도가니’..“너무 끔찍한 실화라 망설였다”
배우 정유미(28)는 공유(32)를 “착하고 사려 깊으며 건강한 배우”라고 했다. 공유는 정유미를 일러 “맑고 순수하며 매력적인 여배우”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뭇 여성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공유와, 신선하고 개성적인 이미지로 열혈 영화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정유미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차례로 만났다. 둘은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황동혁 감독ㆍ22일 개봉)의 남녀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공유 “분노와 무기력은 우리의 모습”

“‘도가니’가 뭡니까?”

지난 2009년 5월, 군에서 한 상급지휘관(대위)이 소설 한 권을 진급선물이라며 내밀었을 때 막 병장계급장을 단 공유(32)가 반문했다. 대위는 “왠지 공 병장한테 어울릴 것 같은 책”이라고 답했다. 이 책 한 권이 그의 배우 인생 한 장을 장식했다. 지방의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벌어졌던 실화. 교장과 교직원에 의해 수년간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이뤄졌던 학생들에 대한 끔찍한 학대와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가해자들에게는 죄에 맞는 벌을 구하려 했지만, 우리 사회 가진 자들과 강한 자들이 이루는 거대하고 완강한 ‘커넥션’에 의해 결국은 실패한 한 선생님의 이야기. 공유는 “알지 못할 이유로 몸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쿵쾅거렸다”며 “못난 소시민으로서 주인공은 바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소설과 영화를 지배하는 ‘분노와 무기력’의 정서는 어떻게 선망의 톱스타인 공유에게 공명을 일으켰을까. 


“정도는 다르겠지만 세상 어디서나 불의하고 비합리적인 일들은 일어납니다. 그래서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정서가 아닐까요? 어느 사회나 조직에서처럼 연예계에서도 분노와 무기력을 느끼는 순간은 비일비재합니다.” 


공유의 제안을 시발로 영화제작이 이뤄졌지만 주인공의 성격과 무겁고 강렬한 작품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했다. 영화상영 후엔 ‘공유의 변신과 재발견’이라는 평도 잇따랐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김종욱 찾기’에서 보여준 ‘로맨틱 가이’로서의 기존 이미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공유가 연기해온 인물이 번민과 갈등,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결국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과 진정성을 드러내는 캐릭터였다고 했을 때, 이번 작품은 ‘달라진 공유’가 아니라 ‘가장 잘 보여준 공유’가 될 것이다.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자면 공지영은 “군에 가기 전에는 마냥 애로만 봤는데 이번 영화에서 보니 정말 어른, 남자가 됐다”며 “김진규 이후 좋아한 배우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공유에게 반했다, 지성파 배우의 탄생”이라는 극찬으로 영화에 만족감을 표했다. 


▶정유미, “상업성에 대한 회의로 시작해 진정성에 대한 믿음으로 끝내”

공유의 시작이 확신이었다면 정유미의 시작은 회의였다. 정유미는 “그저 지어낸 이야기라면 출연은 쉬운 결정이었을 테지만 너무나 끔찍하고 엄청난 실화라서 부담스러웠다”며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과 고민이 앞섰다”고 했다. 고민과 망설임 끝에 정유미는 “제작진의 진정성을 믿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감정노동은 촬영 전에 너무 심했고 생각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현장에선 오히려 마음을 비워내고 상황에 부딪치고 몰입할 수 있었어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영화 안에서 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는 누구에게도 피해와 상처를 주지 않고 제 몫을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정유미는 그런 여배우다. 지난 2005년 ‘사랑니’로 데뷔한 이래 14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했고, 한 편의 TV 미니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아직도 “연예인 같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들을 정도로 남다른 데가 있다. 제작발표회나 기자회견에선 목소리가 떨려서 울먹거린다는 오해를 받을 때도 있고, 속에 없는 말을 듣기 좋으라고 꺼내지도 못한다. 남보다 늦고, 약삭빠르지도 않다. ‘도가니’ 출연을 두고 한 고심도 그래서다. 


이 영화에서 정유미는 문제의 청각장애학교가 있는 지역의 인권단체 간사 역할을 맡아 공유, 어린 성폭행 피해자들과 함께 싸운다. 몸과 마음에 상처뿐인 소년 소녀들을 보듬고, 거대한 적과 씩씩하게 맞서 나가는 인물이다. 원작소설에선 신산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중년 여성으로 설정됐지만, 영화 속에선 젊고 밝고 당돌한 여성으로 바뀌었다. 공유와 정유미는 원작소설의 남녀 주인공과는 또 다른 대구와 긴장을 자아낸다. 정유미는 ‘차우’ ‘10억’ 같은 대작이나 장르영화에서도 썩 잘 어울렸지만 ‘내 깡패 같은 애인’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가’ ‘그녀들의 방’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작품에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 선 개성적인 작품들에서 발군의 매력을 보여줬다. 특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이어 ‘옥희의 영화’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면서 홍상수 영화와도 호흡이 좋았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엉뚱하고, 일상적이면서도 비범하며, 투명하고 연약한가 하면 종잡을 수 없이 당돌한 정서와 이미지의 공존이 정유미를 ‘감독들이 좋아하는 배우’로 꼽히게 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dm.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dm.com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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