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박 전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총선 직후다. 당의 모든 사람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던 광주 선거에 혈혈단신 나섰던 그에게 박 전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건 것. 이 의원은 당시를 “전화를 받고서도 누가 사칭하는 것 아닌가 의심부터 했었다”고 떠올렸다. 박 전 대표가 한 말은 “직접 가봐야 하는데, 너무 오라는 곳이 많아 못가서 죄송하다. 선거 끝나고서라도 밥 한끼 같이 하자”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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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자리는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 됐다. 당시만해도 총선에서 처참하게 패한 당원에 불과한 이 의원의 말을 꼼꼼히 메모까지 해가며 들은 박 전 대표는 “어쩜 말씀을 그렇게 잘 하세요”라며 웃었고, 곧바로 이 의원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며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의원은 2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신문을 읽고 메모하고, 일요일마다 정치인별, 사안별로 정리하면서 정치감각을 키운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후 이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캠프 공보특보를 역임하면서,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법조인이나 기업인, 고위 관료 등 화려한 외부 영입 인사가 즐비한 18대 국회에서 순수 당직자 출신인 그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것도 박 전 대표와의 인연 덕분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또 지금 그에게 ‘대변인’이 아닌 ‘대변인 격’이라는 다소 어색한 수식어가 붙는 것은, 공식적으로 대변인을 둘 수 없는 평의원이 된 박 전 대표의 현실 그리고 현역 의원이 된 이정현 의원의 달라진 위상이 뒤섞인 결과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