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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은 어떤 ‘지젤’에 반할까?
유니버설발레단(UBCㆍ단장 문훈숙)이 로맨틱 발레의 걸작 ‘지젤(Giselle)’로 일본 투어를 진행 중이다. UBC는 지난 4월 대만을 시작으로 5월 싱가포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밴쿠버에 이어 9월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이번 투어에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솔리스트 서희가 객원으로 참여해 무대를 빛낸다.

일본 관객에게 선보일 작품 ‘지젤’은 사랑하는 남자를 향한 순박한 시골 소녀의 희생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 발레의 고전이다. 지난 13일 도쿄 유포트홀을 시작으로 15일 요코스카 아트시어터, 16일에는 이치카와 문화회관에서 총 3회 공연을 펼친다.

3인의 아름다운 ‘지젤’은 황혜민(13일)과 서희(15일), 김나은(16일)이 각자 개성을 담아 3색 지젤로 분한다. 3명의 지젤을 각각 인터뷰했다.

▶서희, 자연스럽고 순박한 지젤=15일 일본 무대에 오른 서희(25)는 이번 투어를 위해 현재 소속된 발레단(ABT)에서 준 휴가를 통째로 쏟아부었다. 여름 휴가 한 달을 받아 한국으로 넘어와 일본 무대에 오를 ‘지젤’ 연습에 매진했다.



“오랜만에 한국 발레단과 공연하니까 참 좋아요. 지젤 역을 같이 맡은 (황)혜민, (김)나은 언니도 학교 선배라 친근하고요. 게스트 입장이라 불편할 수도 있는데, 그런 기분 전혀 없이 즐겁게 연습했어요.”



서희는 지난 6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지젤’의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3000여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세계적 무용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서양 무용수가 단골로 맡아온 지젤을 동양의 무용수가 차지한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3개월 후, 이제는 한국의 발레단과 같은 작품으로 일본 무대에 선다.



특별히 휴가까지 포기하면서 지젤의 게스트로 참여하기로 한 건 UBC 문훈숙 단장과의 돈독한 정 때문이다.



“어려서 문 단장님의 코치를 많이 받으면서 자랐어요. 단장님이 저를 굉장히 예뻐해주셨고, 특히 저는 단장님의 현역 무용수 시절 ‘지젤’을 많이 봤어요.”그는 “지금도 단장님의 지젤 영상을 빌려서 본다”면서 “수십년이 지났지만 촌스럽지 않고 세월을 타지 않는 작품,단장님의 ‘지젤’이 딱 클래식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인을 감동시킨 서희표 지젤은 어떤 느낌일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마임이 많고 내면 연기가 중요한 작품인데, 지젤은 사람이니까요. 최대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 순박한 시골 처녀의 가공되지 않은 모습에 주력할 생각이에요.”



▶황혜민, 발랄한 지젤= “올해 해외 투어를 ‘심청’으로 선보였는데, 일본은 지젤로 처음가는 거라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심청만 하다가 오랜만에 지젤을 하니까 걱정도 되고요.”



UBC의 수석무용수로 웬만한 주역은 도맡아온 황혜민(33)은 자신의 주특기인 지젤을 연기한다. 그는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의 아시아권이라서 그런지, 일본 투어가 제일 좋다”며 “일본 관객이 한국보다 클래식 발레를 더 좋아해서 ‘지젤’도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혜민은 2003년 지젤로 첫 데뷔했다. 당시 UBC의 문 단장으로부터 지젤의 눈빛, 몸짓 하나하나 직접 코치를 받아 ‘지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황혜민표 지젤은 상대적으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면이 부각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순진한 시골 처녀가 한 번도 사랑을 못해보다가 결국 죽는 내용이다. 지젤은 속으로 꾹꾹 참는 성격인데, 어려서 내 성격과 잘 맞는 것 같다.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발레라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에 함께하는 무용수와의 친분도 탄탄해 공연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서)희는 워싱턴 키로프아카데미 선후배 사이예요. 나은이도 학교 선후배 사이라 친하고요. 새로운 무용수가 참여해서인지 리허설 때 주고 받는 에너지가 남달라요. 특히 희는 가만히 서있어도 발레리나,너무 예쁘죠. 나은이는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왔어요. 이제 그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아요.”



▶김나은, 귀여운 지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작품이에요. 꼭 해보고 싶었는데, 희는 큰 발레단 경험이 있고, 혜민 언니는 워낙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 살짝 부담은 돼요.”



UBC 솔리스트 김나은(27)은 16일 공연에서 지젤로 첫 주역 데뷔 무대를 갖는다. 사실 해외 공연에서 무용수에게 작품 데뷔 무대를 준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



문 단장은 “김나은이라는 무용수를 믿는다”며 그의 데뷔를 결정했다.



김나은은 “사실 여자 무용수에게 ‘지젤’은 꿈의 무대”라며 “이번 투어에서 다른 무용수와 또다른 지젤을 보여주겠다. 지젤의 처연한 모습에 보다 발랄하고 귀여운 매력을 더해볼 생각”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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