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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동·심형래, 신화의 몰락과 스타라는‘허상’
강호동과 심형래, 두 거물급 스타가 ‘악재’에 휘말렸다. 강호동은 탈세로 인한 추징금 부과로 ‘국민MC’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심형래를 둘러싼 상황은 더 중하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영구아트 직원들에 대한 임금체불로부터 시작해 회사공금 횡령 및 카지노 도박, 정ㆍ관계 로비 의혹과 혐의까지 불거졌다. 사태의 경중과 고의성ㆍ탈(위)법성 여부에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두 스타 공히 한 시대의 웃음과 오락을 책임져 왔던 이들이고, 맨바닥에서 최고까지 올라간 ‘신화’의 주인공들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는 더 컸다. 스포츠 스타에서 예능프로그램의 군주가 된 강호동이나, 개그맨에서 할리우드 진출의 꿈을 이룬 영화감독ㆍ제작자로 거듭난 심형래나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전무후무한 극적 변신의 사례였다는 점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일 것이다. 이들의 인생에 ‘복귀’나 ‘재기’, 혹은 ‘부활’의 장이 언제부터 다시 쓰일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만으로 보자면 ‘신화의 몰락’이라는 제목이 어울릴 것이다.
최근 두 사람을 보는 대중과 언론의 시선은 마치 경제 급변기의 주가처럼 요동을 쳤다. 강호동의 경우 탈세사실이 불거진 이후 전 국민적인 인기는 일단 차갑게 식었다가 ‘잠정 은퇴’ 발표 후에는 동정론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인에 대한 세금부과 기준이 무 자르듯 명확하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심형래는 개그맨 활동과 할리우드 도전기로 수십년간 쌓아온 명망과 인기를 하루아침에 잃을 판이다. ‘디워’ 때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등장했던 이른바 ‘심빠’(심형래를 지지하는 이들을 부르는 인터넷 조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를 지지했던 인터넷 팬사이트조차 등을 돌렸다.
스타는 대중의 호감으로부터 출발해 만들어진다. 스타라는 것은 대중의 취향과 선호에 관한 문제지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옳다’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좋다/싫다’가 대중들의 무의식 속에서 어느새 ‘옳다/그르다’는 신념으로 변질될 때 스타는 대중을 움직이는 ‘권력’이 된다. 강호동의 은퇴를 둘러싼 찬반논란이나 심형래와 심형래의 작품을 둘러싼 과거 논쟁은 이를 잘 보여줬다. 심형래가 영화를 만들면서 무리한 대출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대중들의 무조건적인 믿음이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착시를 일으킨 결과가 아닐까. 비근한 예를 더 들자면 과거 황우석이 한 과학자의 지위를 넘어 국민적인 아이콘이 되고, ‘학문적 오류와 속임수’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도 마찬가지였다.
강호동과 심형래가 복귀나 재기를 시도할 때 시청자나 관객, 팬들은 다시 한 번 ‘재능’(업적)과 ‘윤리’를 저울질해야 할 것이다. 낯설지 않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숱한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탈법ㆍ위법 사실이 드러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주장을 우리는 이미 무수하게 들어왔다. 각종 선거 때 국민들이 실제로 능력과 업적을 도덕이나 윤리보다 앞세워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재능’과 ‘윤리’는 교환 혹은 대체가능한 덕목일까. 혹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너무 쉽게 ‘옳다’고 믿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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