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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교육 프로젝트 내일을 열다>“이 문제 풀다가 막혔어”…‘영희’는 ‘철수’에게 달려간다
충남 아산 신창中, 친구에게 배우는 ‘스스로 학습법’
과목별 수준미달 학생 선정

같은반 멘토 찾아가 조언 구해


가르치는 시간은 봉사활동 인정

성적향상땐 체험활동 혜택

비용은 학교부담 파격 약속도








“나 오늘 이 방정식 알아가야 하는데 풀다가 막혔어. 어떻게 풀어야 해?” “아 그거. 가만 있자. 수학 교과서 여기 페이지를 보면 말이지….”

지난 7일 충청남도 아산시에 있는 신창중학교 3학년 교실. 쉬는 시간 재미 있는 풍경이 보였다. 몇몇 학생들이 문제집을 풀다 말고 다른 친구들을 찾아 스스럼없이 해법을 물어보는 것.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교과서를 찾아가며 알기 쉽게 이를 설명해줬다. “먼저 양변에 상수를 빼라”는 교과서의 표현은 “양쪽에 여기 숫자만큼을 빼서 일단 숫자부터 없애는 거야”로 순화됐고 “이후 1의 식과 2의 식의 변수를 정리해…”는 “그러면 위의 식과 아래 식이 둘다 0으로 같아졌잖아? 이 상태에서 X와 Y를 정리하면…”으로 바뀌었다. 친구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리던 학생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답을 구하곤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신창중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등향반’의 자기주도 학습법의 일부였다.

▶학생끼리 배우고, 가르치면 “실력이 꽃핀다”=‘등향반’은 신창중학교만의 독특한 ‘수준별 학습’이다. ‘교정에 무성한 등나무들이 해마다 5월이면 꽃을 피워 향기를 내뿜듯 학생들도 노력의 향기를 내뿜어라’는 뜻을 담은 ‘등향반’은 학기 초 학업성취도 평가 후 과목별로 수준 미달이 나온 학생 10여명으로 올 5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수준별 수업반이다.

이들은 매주 화~목요일 7~8교시 등향반에 서로 모여 담당 교사를 만난다. 교사들은 이들의 성취도평가 결과 설정된 개인 목표카드를 확인한 뒤 학생들의 개개인 수준에 맞춰 범위와 숙제를 지정해준다. 문제는 도 교육청에서 나온 수준별 교과서를 이용,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재구성해 내준다.

이후부터는 학생들의 몫이다. 학생들은 지정된 공부 범위와 문제를 스스로 공부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담당 교사들에게 물어 쉽게 풀기보다는 직접 교과서나 참고서를 찾아보면서 해당 분야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 자기주도형 학습법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교사가 아닌 ‘친구’를 찾아간다. 등향반이 자랑하는 멘토-멘티제도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 중 자기와 친한 학생을 멘토로 지정해 두고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이 친구를 찾아가 묻는 것이다. 신창중학교 정진우 교감은 “교사에게 물어볼 경우 정형화된 대답을 듣게 돼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다”며 “동급생들이 오히려 훨씬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데 착안해 멘토-멘티제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창중학교 등향반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이태양(3학년) 군이 쉬는 시간에 멘티가 질문한 문제에 대해 푸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사진제공=신창중학교]


멘토-멘티제도의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실력 격차에 의해 은연중 생기는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정 교감의 설명이다. 정 교감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과 나쁜 학생들 사이에는 은연중에 벽이 생기면서 서로 서먹서먹해지기 쉽다”며 “멘토-멘티제도를 운영하면서 학생들 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져 성적이 나쁜 학생들이 느끼던 소외감 등이 많이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소 주눅이 들어 수업시간에도 딴짓만 한다거나 의기소침해 하던 학생들이 등향반 멘토-멘티제도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부터 수업시간에 집중력도 높아지고 질문, 단변도 하는 등 자신감이 붙으며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정 교감의 말이다.

멘토들에게도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멘토들이 등향반 학생을 가르쳐주는 시간은 모두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된다. 또한 성취도 평가에서 기준 미달의 정도가 지난번에 비해 50% 이상 감소되면 멘토-멘티 모두 학교에서 비용을 전액 부담해 체험활동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지역과 주제를 모두 학생들이 고를 수 있게 한 파격적 조건이다.

정 교감은 “5월에 시작해 아직까지 성적을 검증해볼 기회는 없었다”며 “지난 7월 12일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일정 부분의 성적 향상이 있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지?” 맞춤식 진로교육에 답이 있네=신창중학교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교육은 바로 개별 맞춤형 진로교육이다. 평생을 좌우할 진로를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학생들에게 개개인별로 취미, 특기 및 희망 등을 살펴보고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직접 나서는 진로교육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모두 지난 3월, 교감과 각반 담임선생님을 통해 개별 상담을 마쳤으며 4월에는 MBTI성격검사와 심리 적성검사.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어 5월에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세웠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진로체험 사진 전시회’를 열어 가족들과 함께 앞날을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방학기간에는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배웠다

2학기에는 전문가를 초청해 대입 및 고입제도의 변화에 대한 특강도 준비돼 있으며 진로설계의 날, ‘가족과 함께하는 진로 체험여행’을 실시해 진로 발표대회, 진로 박람회 참석 등을 통해 학기 내내 진로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참가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신창중학교는 이러한 수업들이 학과 수업에 밀려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 32시간의 수업시수를 부여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정 교감은 “중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앞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지만 정작 관련된 정보가 부족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신창중학교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전국 학교평가 우수교’ 및 2011년 충청남도 교육감이 선정한 ‘계획단계 교육과정 최우수교’, 한국교육개발원이 선정한 ‘창의경영학교 창의 인성교육 우수학교’ 등에 뽑혔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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