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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잇단 압박… ‘네이비실’급 김동수의 공정위
딱 2시간이었다. 유통 공룡들이 수년간 목숨처럼 사수해오던 판매 수수료를 낮추기로 ‘결심(?)’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김동수 위원장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한 번 ‘전과’를 올렸다. 이번에는 매출 34조원의 11개 대형 유통업체들로부터 ‘판매 수수료 3~7%포인트 인하’라는 백기투항을 이끌어냈다. 시행도 당장 다음 달부터다. 이렇게 쉽게 풀릴 일이었을까? 그럼 왜 수년간 문젯거리였는지 궁금할 정도다.

김동수 위원장과 유통업계 CEO들 간의 간담회의 분위기는 이전과 너무도 달랐다. 형식은 간담회였지만, 내용은 ‘통보회’에 가까웠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공개된 인사말에서부터 “판매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말씀해주길 기대한다”고 거침없이 업계를 압박했다. CEO들은 간담회가 마무리되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재빨리 자리를 떴다. 7개월 전 같은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좋은 취지의 얘기인데 얼굴 붉힐 이유가 있나”면서 웃으며 자리를 떴었다. 


최근 공정위가 싸우는 법은 마치 군대 같다. “○○에 불공정 소지가 있다”는 식의 엄중경고가 나오고, 곧 전문가들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신속한 직권조사와 처분이 이어진다. 전선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상조, 라면, 우유 등 생필품에서 하도급, 일감 몰아주기 등 끝이 없다. 최근에는 국경도 넘어선다. 6일에는 구글 한국지사에 대한 직권조사도 벌였다.

지원부대에서 ‘네이비실’급 전투부대로 변한 공정위의 역할을 두고 여전히 말이 많다. “그만큼 우리 시장에 불공정행위가 만연해 있다”라는 지지론부터 “공정위의 본질은 응징이 아니다”라는 비판론까지 다양하다.

공정위 수장인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위원회의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 ‘넛지 이론’을 거론한 바 있다.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환경의 사소한 변화를 줘 경제주체들의 보다 효과적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보이는 공정위의 행보가 넛지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팔을 비트는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당하는 쪽에서 비명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전과가 과연 전쟁의 승리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가격이나 수수료까지 손을 대서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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