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연길(延吉)시 동쪽 외곽의 경제개발구(산업단지) 소재 연길대궤기산품(大櫃機産品)유한공사. 작업라인에서는 전력차단기를 만드는 이 회사 공인(工人ㆍ직원)들의 손놀림이 한창이다.
개발구 관리청이 만든 임대공장에 세든 이 업체는 작년 4월에 공장을 준공했으며, 올들어 매출처를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대륙의 현지법인인 이 회사는 각종 전기제품용 차단기를 만들어 국내외에 수출하고 있다.
박상열(37) 연길대과기산품 총경리는 “연변은 법인세, 관세, 임대료 등에서 혜택이 아직 남아 있어 한국기업들이 들어올 만한 지역”이라며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중국시장에 만들어 팔 수 있는 특화된 상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상해나 북경, 청도 등에 비해 직원들의 사람됨이 선한 게 특징이며, 일대에서는 부품 절도 등의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박 총경리는 대륙의 천진(天津)법인 설립도 주도하는 등 8년째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대륙은 중국 동북지역에서 유일한 차단기업체여서 수요가 많아 공장증설을 추진 중이며, 현재 23명 수준인 근로자 수를 연내 100명 이상 늘릴 방침이다.
길림성 수도인 연길에만도 2010년 말 현재 국내 기업 100여개가 진출해 있다. 이밖에 캐나다 홍콩 말레이시아 일본 기업들도 상당수다. 연변에 진출한 외자기업 중 한국계 비중은 80%가 넘는다.
경동보일러, 세라젬, 쌍방울 등 중견 제조업체를 비롯해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NHN, 심플렉스 등 IT업체도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가 용이해 연길에 진출해 있다.
연길 용정, 도문, 훈춘 등 연변지역은 구인난은 아직 없으나 개발이 진행중인 지역이어서 제조 인프라와 교통인프라는 중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된다. 박 총경리는 “연변지역이 아직 산업용 부품이나 소모품 구하기가 어려운게 단점”이라며 “아직 주요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와 임가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인 길림성은 흑룡강성 요녕성과 함께 기업소득세나 공장 임대료 등에서 감면 혜택이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이다. 특히 개발구 내 첨단기업은 설립 후 2년간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수출을 위해 수입하는 원자재와 부품은 관세와 증식세(부가가치세)를 면제해준다.
이런 이유로 길림성 투자설명회도 활발하다. 6∼11일 장춘에서 열리는 ‘제7회 중국 길림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는 50여개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가해 투자의사를 타진한다.
게다가 조선족이라는 재중동포가 전체 40%를 차지하며, 위성으로 한국 공중파방송 시청이 가능해 한류의 영향이 강한 곳이다. 따라서 한국산 생활용품, 패션제품, 뷰티용품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길개발구 내 온열치료기업체 세라젬 관계자도 “2001년 중국 연길에 진출한 이래 온열치료기분야 고가의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화된 기술과 마케팅으로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위상을 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2006년 도문(圖們)에 의약품 원료공장을 설립한 광동제약 측도 “백두산과 인접한 도문에서 옥수수 등 약재 원료 계약재배와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지 시당국이 한국 기업들에 대해 우호적이며 적극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길림성 정부는 2007년부터 ‘연룡도(연길, 용정, 도문) 도시공간 발전계획’에 따라 경제개발과 도시인프라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 년내 외국인기업 투자액을 100억위안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연길시 재정국 이근강 국장은 “연길은 중국, 러시아, 한국을 잇는 동북아시아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인건비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세제상 혜택도 남아 있어 한국기업들에 특히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연길, 도문(중국 길림성)=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사진설명>중국 길림성 연길시 동쪽 외곽의 경제개발구의 연길대궤기산품(大櫃機産品)유한공사 작업라인에서 이 회사 직원들이 누전차단기를 제조하고 있다. 한국 ㈜대륙의 현지법인인 이 회사는 각종 전기제품용 차단기를 만들어 국내외에 수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