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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사꾼 아들서 코스닥 스타로…인생기
코스닥협회장인 노학영 리노스 사장.그를 처음보면 부드러운 인상에 큰 굴곡이 있었을 듯 한 느낌을 갖긴 어렵다. 하지만 숱한 경험이 그를 여기까지 밀고 왔다는 것을 알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늘 도전, 실패, 꿈을 얘기하는 것도 그의 삶, 그리고 현재 일궈놓은 성공과 무관치 않다.

충청북도 진천의 한 농사꾼의 오형제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난 그. 그는 순번대로라면 농사를 지어야 했다고 말한다. 큰형 농사, 작은 형 유학, 세째형 농사, 네째형 유학. 자신의 순번은 ‘농사꾼’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 우등상을 받고 졸업한 것도 공부를 하는 것에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농사짓던 땅 줄이고, 소 팔아 공부를 해야 했던 시절. 노 회장은 대학을 꿈 꿀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나와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해 노 회장의 표현대로 ‘정신적 지주’였던 모친이 세상을 떠나고, 그는 정신 없이 군대를 가야 했다. 이후 취업을 했고, 그렇게 그의 사회 생활은 시작됐다. 그렇지만 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는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국민대 경영학과 학생으로 주경야독을 했다. 그의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그 꿈을 향해.

▶꿈을 향한 도전= 그는 꿈을 꿨다. 구체적이지 않은, 다소 터무니 없는 꿈이었다. 그의 꿈은 바로 ‘행복한 삶’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란 ‘남을 돕는 것’, 즉 ‘Helping Others’였다. 그는 영어로 한 마디 했다. “Real Hapiness is helping others”(진정한 행복은 남을 돕는 것)이라고. 이를 위해 그는 사업을 시작했다. 올 해로 21년째다. 창업 당시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나온 퇴직금과 여기 저기서 빌린 돈을 합쳐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첫 삽을 떳다. 이 회사는 현재 ‘리노스’라는 코스닥 상장사로 성장했다. 지금은 직원수 250여명의 기업으로 커져 있지만, 당시는 정말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잘 나가는 지 알았다. 세계 최초,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그를 뒤따라 다녔다. ‘최초’라는 형용사가 붙은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냈다.그러나 수식어는 수식어일 뿐. 기업을 굴러가게 만드는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바로 곤두박질을 의미했다. 그는 “내가 믿는 직원들이 하나 둘 씩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펐다”고 말했다. 당시 20여명이던 직원 중 남은 직원은 고작 7명에 불과했다. 당시 그는 사업을 접어야 하나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그는 지난 21년 동안 자신은 빈털털이로 집에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직원들 월급은 단 한 번도 미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서울 목동에서 치과의사를 하는 네째형, 노수영 원장의 도움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지원으로 자금을 융통했고, 어려움을 하나 둘씩 해결해 나갔다. 어려운 과정에 그는 큰 교훈을 얻었다. 바로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요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 회장은 “대부분 벤처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기술만 중요시하고 사람을 놓쳐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기술을 믿다가는 쇠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론이다.

▶꿈을 향한 발걸음, 그것은 봉사= 노 회장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차근 차근 그의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을 뿐이다. 그 꿈을 표현하는 말은 그의 명함에 드러나 있다. 명함 한 켠에는 ‘행복한 만남’이라는 문구가 있다. 노 회장은 이를 자신의 ‘경영이념’이라고 소개했다.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각종 기부와 기여, 봉사 등을 통해 기업과 사회가 행복한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노 회장은 경기도 시흥의 한 무의탁 노인 마을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1년에 10여명씩 삶을 마감하는 무의탁 노인들의 장례를 도맡아 책임지고 있다.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목욕 봉사를 가고, 식사 대접을 한다. 벌써 7년째 봉사활동을 해왔다. 직원들이 1만원을 기부하면, 회사에서 1만원을 추가해 지원해주는 기부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노 회장 개인적으로도 봉사를 하고 있다. 사회연대은행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고, 20년째 로타리클럽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섹소폰, 드럼 등 취미 생활로 악기를 다루고 있는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음악을 통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의 한 연주실에서 20여명의 멤버들과 연주를 한다.

노 회장이 섹소폰, 드럼을 연주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해소 차원이다. 그는 “잠시만 딴 생각을 해도 악보를 놓치기 때문에 완전히 집중을 해야 한다”며 “집중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나팔로 빠져 나가는 것을 보면 너무 신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취미 생활이지만, 그는 이 부분을 사회 봉사에 연결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간 2회에 걸쳐 음악회를 열어 노인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 회장은 “매년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주회를 하는데, 음악을 듣는 분들이 눈물까지 흘린다”며 “음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에서 배워라= 그는 실패를 중요시한다. 젊은이들에게는 “더 많이 실패하고, 더 많이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실패를 말하는 그의 입가에서 ‘성공’이 뭔지 윤곽이 잡힌다. 그는 “성공은 여정”이라고 짧게 말한다. 그리고는 “아직 성공을 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성공을 향한 여정이기 때문에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살다 실패하는 것은 단지 ‘시행착오’에 불과하다고 토닥이기도 한다.

그는 오히려 작은 실패로 교훈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꿈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생은 어차피 미완성(未完成). 작은 실패를 통해 큰 성공, 즉 꿈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100이라는 인생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에서 실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패가 5나 10의 정도이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작은 실패를 통해 좀 더 큰 교훈을 얻고, 이를 통해 더 큰 꿈을 향해 달려가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노 회장은 “인생에서 실패를 하지 않고 살 수 있겠냐”며 “실패하지 않는다면 도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 많이 실패하고 그 보다 더 많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富, 그에게 돈이란= 대뜸 “부의 세습, 대물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사회적 책임, 오블리스 노블리주 등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 때문에 질문을 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림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노 회장은 “부의 대물림은 사회악”이라고 단정했다. ‘사회악의 기초’라고도 했고, 편법증여, 부의 대물림은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아들 두명이 있다. 코스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상당한 부가 있고 이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겠지만, 그는 “No”라고 분명히 답했다. 오히려 아들들에게 “너희들 갈 길을 가라”며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을 하는 게 너희들 인생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는 “적당히 아버지 회사에 와서 무임승차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그는 회사 내부적으로 기업을 지속 성장시킬 수 있는 차세대 경영인을 적극적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두 아들들은 아니라고 했다. 현재 노 회장의 큰 아들은 국내 기업의 외국 주재원으로 나가 일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 뭐가 문제일까= 최근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IPO)한 뒤 각종 부정부패 등과 연루돼 퇴출되는 사례가 많은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도 던졌다. 그는 이에 대해 한 참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성장통”이라는 말을 꺼냈다. 최근 잇따른 코스닥 기업 퇴출은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라고 비유했다. 역동성이 특징인 코스닥 기업에 있어 이런 성장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모델은 없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시장과 비슷한 미국 나스닥 시장은 2~3배나 많은 퇴출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이 대한민국 국민총생산(GDP)의 10%가량을 올리고 있지만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코스닥 기업들의 역동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 회장은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기술을 개발해, 자본시장에서 IPO를 통해 자금을 투자 받아 더 크게 성장시키는 모델이 바로 대한민국의 비전이고 미래”라고 강조했다.

▶기술, No 사람, Yes...그래야 지속성장 가능= 노 회장은 코스닥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에게도 쓴 소리를 했다. 노 회장은 “코스닥 기업들은 매번 한 단계 점프업 하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CEO들도 스스로 개발을 해야 하고, 본인 스스로 자신의 그릇을 키우고 스케일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코스닥 기업들을 보면, 모두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일궈 나갔지만, 이보다는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경영전략을 짜고 기술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방송 솔루션으로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던 리노스에 ‘키플링’이라는 토탈 패션 브랜드를 접목시켰다. 2년전에는 ‘이스트팩’이라는 유명 백팩 브랜드의 국내 유통을 시작했다.

키플링은 7년 전 쯤 70억원 가량을 들여 시작을 했지만, 올 해만 약 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스트팩 역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전 연간 10억원이었던 이스트팩 매출은 올 해 약 5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반기에 28억원을 올린 바 있다. 최근에는 이스트팩 본사에서 라이센스 활용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신 사업 진출 당시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무작정 기술에 의존하기 보다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노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기술 중심 코스닥 기업 중,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기술이 도태될 경우 머니 게임을 하는 불순한 세력들이 가담하게 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정부에게 한 마디= 노 회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코스닥 전용 펀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주도로 코스닥 기업을 지지해주는 펀드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여기에 ‘준법지원인제도’와 같이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법을 만드는 부분은 코스닥 기업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미 코스닥 기업들이 이중, 삼중으로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는데, 매년 연봉 8000만원을 주며 변호사를 준법지원인으로 채용하는 부분은 무리가 있다는 것.

특히 코스닥 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3000만원 수준인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준법지원인제도는 오는 2012년 4월 시행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의 상장사는 모두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준법지원인제도의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코스닥 기업에는 거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게 노 회장의 말이다. 법조계에서 안(案)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국내 1000여개 코스닥 기업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이여= “꿈을 크게 가져라” 노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해야 하며, 그게 성공”이라고 말하는 그는 “본인이 현재 갖고 있는 것보다 미래 무형 가치에 더 큰 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미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100대 기업 중 70% 가량은 무형자산 비율이 유형자산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자주 등산을 간다는 노 회장은 “등산을 하다 길이 없으면, 돌을 던져 보고 위험 신호가 없다면,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연회 기자 @dreamafa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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