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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희 선임기자의 컬쳐프리즘> 베드신을 가족이 함께 보라고?…주말드라마 낯뜨겁다
‘천번의 입맞춤’ ‘애정만만세’

불륜소재 황금시간대 편성

남편외도·선정적 장면 가득

내용도 ‘역전의 여왕’복사판

아이돌등장 10代 호기심자극

이혼도 희화화 시청자 비난

저녁식사를 마치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려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니, 남편이 선정적인 옷차림의 여자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다. 남편은 키스의 상대가 주요 거래처의 고객이라 뿌리치지 못했다고 아내에게 변명한다. MBC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에 이은 후속 프로그램 주말극 ‘애정만만세’도 황당하다. 남편이 아내 몰래 합의이혼 서류를 꾸미고, 새로 만난 상대의 폭력배 오빠를 동원해 함께 개업해 일군 가게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되레 큰소리를 친다.

주말 저녁 나란히 이어 방송하는 두 드라마의 공통된 주제는 이혼 여성의 패자부활전. 여자 주인공은 영락없는 MBC의 히트작 ‘역전의 여왕’ 속 황태희의 아바타다. 이혼 후 불리한 조건에서도 우연히 ‘키다리 아저씨’를 자청하는, 잘생기고 능력 있는 미혼남자를 만난다는 설정도 황태희를 닮았다. 15세 이상 시청이 가능한 저녁 8시대, 9시대 드라마지만, 불륜 남녀의 자극적인 키스신도 가감없이 나오는 데다, 인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막장극이다.

두 드라마는 주말극답게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지난 주말 첫 방송한 ‘천번의 입맞춤’에는 작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서영희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전업주부로 지현우가 상대역이다. 이순재, 김창숙, 차화연 등 초특급 중견배우들이 ‘특별기획’ 드라마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간판 멤버 윤두준의 출연도 화제다. 드라마 제목만 봐도 중량감 있는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흥미진진한 로맨스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모녀가 이혼을 당해 더블 인생역전이 예상되는 ‘애정만만세’는 김수미, 배종옥, 천호진, 이보영, 변정수의 개성 있는 연기가 드라마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혼 후, 드라마의 상황을 말하자면 엄청난 배신의 충격 후, 인생 역전을 이루기 위해 여주인공을 철저히 비참한 상황에 몰고가다 보니, 불륜 상대가 조강지처에게 당당함을 넘어 모욕까지 주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간통죄 폐지 목소리가 높은 요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한다 해도 ‘이혼’에 이르는 과정이 지나치게 희화화되고 있다. 이혼이 아무리 반사회적 가치관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 개연성 없는 남편의 바람기에 대해 한 시청자는 “세상에는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에잇, 더러운 세상’이라는 찝질함을 안겨주시네요.”라는 소감을 이 드라마의 게시판에 올렸다. 또 선정적인 장면은 가족들이 함께 보는 주말 시간대의 드라마치곤 민망한 수준이다. 한 주부는 ‘천번의 입맞춤’을 보고 “재미는 있으나 씁쓸한 느낌”이라며 “중학생 딸이 좋아하는 윤두준이 오늘 나온다며 벼르고 있던 터라 같이 봤는데…. 내용이 기가 막히더군요. 성인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 아이돌스타를 내세워 청소년들까지 호기심을 자극시키더니 내용 또한 완전 막장에다가 키스신, 예고편에는 베드신에 모텔까지 친절히 보여주더군요. 어찌나 민망하던지….”라는 의견을 남겼다.

지상파 드라마를 지칭하는 ‘안방극장’의 유래는, TV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1960, 70년대 한옥의 구조상 온가족이 식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던 곳이 안방이었던 데서 비롯됐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안방극장의 시청자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주말 시간대 원색적인 드라마가 최근 대중가요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술, 담배 가사보다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경희 선임기자/ 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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