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지만, 이별은 언제나 슬펐다.
괴테는 말했다. “모든 이별은 죽음을 맛보게 한다.”
2006년 7월1일~2011년 8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임 기간이다. 이임식장 현수막에는 33, 34대 서울시장 이임식이라고 씌어 있었다. 임기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임식이 아니라 이임식이라고 한다.
오세훈 시장이 이임사를 했다.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더 이루지 못한 업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연설이 끝나자 직원들로부터 꽃을 건네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이임식에 참석한 서울시청 직원들의 인사 행렬이 이어졌다. 서소문청사 13층의 이임식장에서는 약 150여명의 직원들이 맨 앞 중앙에 서 있는 오세훈 시장에게 한 줄로 서서 악수를 했다. 오 시장은 때로는 허허 웃으며, 때로는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며 악수했다. 긴 행렬이었지만 기다리는 이들에게 왠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훈훈한 정이 묻어났다.
악수 행렬이 끊어지자 오 시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약 2000여명의 서울시청 본청 직원들이 떠나는 시장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청사 앞에 도열해 있었다. 그 행렬은 서소문청사 1동과 2동, 3동과 5동 사이를 꼬불꼬불하게 연결했다.
줄 서 있는 직원들과 일일이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는 시장,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한 마디씩 건네는 서울시청 직원들의 마지막 예의가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떠나는 자에게 남는 자들은 인간 대 인간으로 아쉬움을 표하는 듯 했다. 지난 2006년 7월 취임 후 약 5년 동안 든 미운 정과 고운 정의 깊이가 새삼 느껴졌다. 진한 석별의 순간이었다.
시장 권한대행을 할 권영규 행정1부시장이 뒤를 따랐고, 그 뒤로는 김영걸 행정2부시장, 조은희 정무부시장이 뒤따랐다. 조은희 정무부시장도 이 날이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시장 사퇴와 함께 오세훈 시장의 정무라인 인사들이 동반 사퇴키로 했기 때문.
조 부시장은 “이제 집으로 간다”며 “시장님도 지금 마음이 안 좋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별의 장면에서는 모두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새삼 저마다 얼굴에 안타까움과 섭섭함을 가득 담았다.
요즘 서울시청 공무원이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평균 경쟁률이 매년 100대 1에 달한다. 지난 1년의 격변의 시간 동안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해왔던 이 시대의 ‘엘리트’ 서울시청 직원들은 오늘도 묵묵히 그 상황을 겪어냈다.
“휴, 지금은 뭔가 핑 도네요.” 옆에 선 한 공무원이 인사를 나누는 시장을 멀리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임식이 열리기 약 한 시간 전, “시장님이 그만둬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아야죠”라고 다짐하던 서울시청 직원 중 하나였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