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 시장 배수진에 곤혹스러운 與ㆍ野
오세훈 서울시장의 배수진을 보는 정치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울시장을 야당에게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 총선과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펼쳐질 계파 갈등이, 민주당과 야당에게는 투표율 33.3%의 가능성, 그리고 후폭풍이 걱정스럽다.

22일 정치권은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 선언을 놓고 이해득실 계산에 여념 없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오 시장의 배수진이 힘들게 수성한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게 내주고 마는 최악의 결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초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된 반 한나라당 바람 속에서 ‘반 포퓰리즘’이라는 보수의 깃발을 들고 치뤄야 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담 그 자체다. 여기에 보궐선거 일자가 내년 4월 총선과 겹칠 경우, 패배의 파급력은 더욱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시작부터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소장파와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회의에 앞서 이혜훈 의원은 “당을 위기에 빠질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고, 남경필 최고위원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서울시장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를 밝힌 것이다.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이제 오 시장에게 힘을 모아줘야 할 때”라며 당의 총력 지원을 재차 강조했다.

오 시장의 배수진이 계파 갈등으로 번질 개연성도 높다. 오 시장 사퇴가 현실화 될 경우 서울시장 공천과 총선 공천을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 그리고 소장파의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나경원, 원희룡, 홍준표, 박진 의원 등 서울에 지역구를 둔 다선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차기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친박계에 대한 책임론도 벌써부터 나오는 모양세다.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박계의 소극적인 투표 지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친이계인 당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주민투표 운동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투표율 미달로 차기 서울시장 후보 싸움이 벌어질 경우, 이들에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하고, 여기에 총선 공천까지 더해 친이ㆍ친박의 감정 싸움은 한층 격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표 거부 운동’이라는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야당도 오 시장의 배수진이 가져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오 시장 사퇴 선언 이야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투표율 기다리기보다 바로 사퇴하라”고 말했고, 이인영 최고위원은 “정략투표가 명약관화해진 이상 착한시민 착한투표가 필요하다”며 오 시장의 결정 취소를 주문했다. 시장직과 투표율을 연계한 오 시장의 전략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오 시장의 배수진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33.3% 달성은 힘들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투표율이 33.3%를 넘을 경우 복지 확대라는 야당의 내년 선거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고, 또 투표 거부 운동이라는 전략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