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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 내 재산 놓고 남북 주민 다툴 때 북한 법 효력 없다

북한 주민의 남한 내 상속재산의 소유권을 인정한 우리 법원의 판결로 북한 주민이 남한 주민을 상대로 상속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정부가 입법예고한 관련 특례법에서 북한 법률의 효력을 인정한 조항들을 전면 삭제했다. 또한 북한 주민이 남한내 재산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우리 법원이 지정한 재산관리인을 통하도록 수정했다.

법무부는 지난 1월 입법예고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가운데 ‘북한 법 효력 관련 규정’을 삭제한 내용 등을 담은 수정안을 18일 재공고했다.

당초 특례법 원안은 ‘제5조 준거법’과 ‘제6조 북한판결의 효력’ 조항을 통해 북한 법의 효력을 인정했다. 제5조는 ‘…국제사법의 목적 및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제사법을 준용한다’고 적시했고, 제6조는 ‘북한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에 관한 북한법원 확정판결의 남한에서의 효력에 대해 이 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사소송법 제217조(외국판결의 효력)를 준용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은 국가로 인정되지 않지만 민사상 관계에서 법적 실체를 갖고 있어 일반 외국과의 관계에 적용되는 국제사법이나 민사소송법을 준용해 ‘준거법에 관한 규정’ 및 ‘외국판결의 효력에 관한 규정’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고 북한 법률이 대부분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데다 법 자체가 공개되지 않아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현 단계에서 북한 법률과 판결의 효력을 다른 외국과 같이 인정하면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이미 입법예고한 원안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주민이 상속·유증 등으로 남한 내 재산에 권리를 갖게 됐을 때 남한 내 재산을 관리할 재산관리인을 해당 북한 주민이 아닌 우리 법원이 지정하도록 했다.

북한의 현실상 북한주민은 보위부 등 당국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사실상 자율적인 의사를 표시하기 어렵고, 북한주민이 재산관리인을 선임토록 하면 중개인(브로커)의 개입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북한주민에게 재산관리인을 선임토록 하면 일정한 보상을 대가로 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감수하고 정부 허락 없이 남한 내 재산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관리인이 선임될 수 있다는 악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일부 조항을 삭제하고 타당한 지적이 제기된 부분을 수정해 재공고한 것”이라며 “재산 상속 등을 놓고 북한주민과 남한주민 간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주민 윤모씨 등이 부친의 100억원대 유산을 나눠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윤씨의 소유권을 일부 인정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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