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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예슬 사태, 합리적 해결책은?
KBS 월화극 ‘스파이 명월’의 제작진과 갈등을 빚어 촬영을 거부한데 이어 미국으로 출국까지 해 드라마 제작을 파행으로 이어지게 한 배우 한예슬이 17일중으로 귀국한다. 출국한 지 이틀만이다.

한예슬이 출국하자마자 귀국을 서두르게 된 것은 예상보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고 수백억대의 소송까지 예고된다는 보도에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예슬은 LA 공항에서 SBS ‘한밤의 TV연예’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연기자분들이 좋은 환경에서 드라마를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이번 행동이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임을 분명히 했다. 한예슬이 제기한 불만은 한국 드라마의 제작환경과 물려있는 총제적 문제이고 언제건 또 다시 터질 수 있는 ‘화약고’라는 점에서 한예슬이 총대를 맺다고 볼 수는 있다. 

한예슬이 요구한 ‘주5일제 촬영’은 배우들의 컨디션과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쪽대본이 나오고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방식을 고수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다. 드라마를 촬영중인 여배우들을 인터뷰해보면 “2~3시간밖에 못잔다”고 말해 안쓰러울 정도였다. 한류에도 크게 기여하는 ‘드라마 왕국’의 어두운 면이다.

50분짜리 드라마를 주 1회 방송하는 일본이나 제작기간이 우리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65분짜리 드라마를 주 2회 촬영한다는 건 ‘총알택시’를 탄 것이나 다름없다. 규정속도를 지킬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배우, 작가, 스텝 들이 모두 힘든 상황을 조금씩 양보해가며 이를 감내하고 있다.

따라서 한예슬이 이 점을 문제 삼은 건 좋지만 그 표현 방식이 유아적이었다. 드라마의 주연배우는 제작사와 방송국과 출연계약을 맺지만 시청자와도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청자와의 약속은 지켜나가면서 제작진과 투쟁(?)을 해야 옳았다.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한예슬에게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KBS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한예슬의 행동은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고, 정성효CP도 “한예슬의 요구대로 대본을 수정하고 CF 일정에 스케줄을 맞추는 등 많은 부분에서 배려를 해주었다”면서 한예슬에 대한 공세를 폈다. 하지만 황인혁PD를 비롯한 제작진도 주연배우를 컨트롤하지 못한 데에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한예슬의 소속사인 싸이더스HQ가 보도자료를 통해 “한예슬씨가 바쁜 촬영 스케줄로 인해 심신이 상당히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고, 그런 상태에서 촬영을 강행하다 보니 판단이 흐려져 많은 분들께 피해를 끼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의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은 주연 여배우 한 명 때려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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