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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의 스쿠터는 로맨스를 싣고…
톰 행크스·줄리아 로버츠의 앙상블‘로맨틱 크라운’…고졸 실직남·이혼 여교수 고단한 인생 속 따스한 행복
폼나는 세단이 없어도 좋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이 아니면 어떠랴. 명품 수트로 몸을 두르고 회전의자에 앉아 있지 않은들. 결정적으로 그는 뭘 해도 ‘예쁘고 멋진’ 20대도 아닌 걸. 그래도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고 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시 사랑하기 좋을 때이며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야말로 삶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니겠는가.

55세의 톰 행크스와 44세의 줄리아 로버츠가 만드는 영화 ‘로맨틱 크라운’은 사랑과 새 출발의 특권이 젊음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로맨틱코미디가 청춘 미남미녀 스타의 독점적 권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울러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괜히 스타가 아니며 연륜과 내공이 그냥 운이 좋아 생기는 게 아님을 증명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원제도 주인공의 이름도 ‘래리 크라운’(톰 행크스)이다.

해군에서 20년을 취사병으로 근무한 후 대형 마트에 취업해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해 온 직원이다. 어느날 임원의 ‘부름’을 받고 “이걸로 9번째 이달의 우수사원이 되겠군”하는 생각으로 달려갔더니, “당신과 우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며 해고 통보를 받는다. ‘고졸’이라는 이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혼 후 재산분할 문제로 얻었던 대출금 상환 독촉까지 받는다. 중년 남자 래리 크라운의 인생 최대의 위기. 


그는 이웃의 조언대로 대학(전문대학,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해 새 출발을 결심한다. 학교에서 “인생이 바뀔 것”이라는 학장의 권유로 스피치 수업을 받게 된 래리 크라운은 매사 신경질적인 여교수 테이노(줄리아 로버츠)를 만난다. 테이노는 소설가에서 ‘인터넷 폐인’ ‘백수 블로거’ ‘키보드 워리어’로 전락해 포르노 사이트나 탐닉하는 한심한 남편이 지겨운 여인. 게다가 자신의 전문분야인 ‘셰익스피어의 정치적 분석’에는 하나도 관심없는 수강생들에게 염증이 나있는 교수다.

그녀는 거들떠도 안 보던 래리 크라운이 순수함과 따스함을 가진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늦깎이 대학생인 래리 크라운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학생들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어울리며 인생의 활력과 즐거움을 되찾아 가는 한편으로 테이노 교수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애틋한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어느 회사나 매장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고졸의 중년 해고자, 빚만 남아 몰던 차도 처분하고 기름값이 덜드는 중고 스쿠터로 갈아탄 인생. 영화는 매정한 미국 사회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낙오자들을 위안하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청천벽력같은 해고 통보 앞의 처연한 눈빛으로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활기, 갑자기 다가온 사랑을 조심스럽게 받아안는 사려깊은 시선을 보여주는 톰 행크스는 왜 그가 미국의 국민적인 배우인가를 입증한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줄리아 로버츠 역시 권태롭고 히스테리컬한 중년여인으로부터 사랑에 빠진 ‘귀여운 여인’의 표정까지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톰 행크스가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만났던 50대의 베트남 참전용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각본을 썼으며 감독, 제작까지 맡았다. 연출은 ‘댓 씽 유 두’에 이어 두번째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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