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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 발빠른 대응 빛났다” 위기 대응능력 시험대
“한국 금융시장이 상당히 강해졌다.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 금융당국의 발빠른 대응이 빛났다”

8년째 서울에서 활약 중인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한 최고경영자는 12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내성이 확실히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또 “당국의 신속한 조치에 대한 금융권이 화답이 이채롭다”며 한국 금융시장을 평가했다.

신용평가사 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불씨가 치펴진 글로벌 금융불안에 기름을 부었지만 한국 금융시장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미 정부와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안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동안 주춤하던 증시는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소식과 함께 폭락세를 보였지만 코스피지수 1800선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외국계 IB 대표 말 대로 당국의 영향이 컸다. 지난 9일 설마 설마하던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하향 돌파하고, 1700선 마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금융위원회는 연기금에 구원을 요청했다. 외국인투자자의 투매로 인한 증시붕락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토종자본의 맏형격인 연기금이 나서야한다는 논리였다. 금융정책을 총지휘하는 대책반장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6월 중 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연기금은 7월 주가가 조정하는 동안 70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8월들어서도 9거래일 동안 무려 2조8075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증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금융위는 9일 임시 금융위를 소집해 주가하락을 부채질 하던 기관투자가의 공매도를 3개월간 금지하는 등의 시장조치도 내렸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한 한국의 외환건전성 불안을 잠재운 것도 당국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이후 유럽발 재정위기로 금융불안이 재연될 것에 대비해 지난 7월 국내 은행을 상대로 외화유동성 개선을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또 금융기관의 상시 외화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특별점검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민첩함을 보였다. 아울러 위기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 향후 금융위기 재발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언제 한도가 줄어들지 모를 크레디트 라인대신 수수료를 물더라도 언제나 쓸 수 있는 커미티드 라인의 외화확보책도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한국시장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왜곡된 시선을 교정하는 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외국계 금융회사 CEO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객관적 기준이 아닌 자의적 기준의 보고서 발표에 유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등 일부 외국계증권사가 자의적 기준으로 유럽 재정위기 악화시 아시아국가 중 한국의 대외상환 능력이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는 대외채무가 적고 외환보유액이 많아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고 국내 글로벌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우수하다. 한국경제의 실상이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당국의 응급조치와 사전 대비가 위기진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번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한국 금융시장을 알리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재섭 윤정현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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