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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이 활 시위를 당기면…배우는 관객 심장에 꽂죠
>>> 감독 김한민

어릴 적 익숙했던 활 소재

민족 수난사와 항전 그린…역사 3부작 중 첫 시도

영화 속 만주족 전략 전술

우리 산하 지형지물…전쟁사 연구 통해 재연

엣지 있는 박해일…좌절·울분에 찬 궁사역 입체감 있게 연기


>>> 남이役 박해일

사극도 승마도 활쏘기도…모두 생초짜

사관학교 입학한 듯…촬영 전 3개월 맹연습

활 액션 참신해서…출연 결정했는데…편집에서 빠져 아쉬움

초반 캐릭터 설정…톤 조절에 고심했죠



활과 화살. 이 비유만큼 감독과 배우를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감독이 정조준(디렉팅)해 쏘면( ‘슛!’) 배우가 날아가 꽂힌다(액팅). 과녁은 관객의 심장이어도 좋고, 영화적 쾌감일 수도 있으며, 흥행의 성적표라 해도 좋다. 김한민(42) 감독과 배우 박해일(34)이 활과 살로서 만난 건 ‘극락도 살인사건’ 이후 ‘최종병기 활’에서 두 번째다. 첫 번째는 ‘합격점’ 수준이었지만, 두 번째는 ‘명중’이 목표다. 당기는 시위는 더욱 옹골차고 화살의 끝은 날카롭게 벼렸다.

“활이라는 소재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전남 순천) 옆에 활터가 있었지요. 우리 민족이 원래 활 잘 쏘는 민족인데 왜 영화가 이를 다루지 않았나 의아했습니다.”(김한민)

“사극도 처음, 말 타고 활 쏘는 것도 모두 생소했죠. ‘괴물’ 때 배두나 씨 활을 당겨보긴 했지만, 한 번만으로는 느낌을 전혀 알 수 없었어요. 3개월을 연습하고야 전통 활쏘기가 얼마나 화려하고 매력적인지 알겠더군요. 여전히 화살은 과녁에 안 맞아도 집중력은 커졌습니다. 앞으로 연기에도 도움이 되겠죠.”(박해일)

비가 흩뿌리던 이달 초, 영화 개봉(11일)을 앞두고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일은 대뜸 옆에 있던 김한민 감독에게 “말 타고 활 쏘는 영상을 나에게 달라”고 했다.

승마 초보, 활쏘기 초보였던 박해일로선 촬영 중 거의 기적같이 말 위에서 활을 쏘는 장면을 연기해냈지만 안타깝게도 최종 편집본에서 빠졌다. 이번 영화에서 배우고 구현한 액션의 ‘최대치’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욱 크지만, “그것보다 더 멋진 장면이 많기 때문…”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김 감독은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이를 돌파한 불굴의 정신, 민초들의 생명력을 그린 역사 3부작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병자호란에서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까지 이어지는 구상 중 이번 것이 그 처음이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익숙했던 활을 소재로 택했다.

“시위를 당길 때의 서스펜스, 몇십 m의 근거리는 물론 100~200m에 이르는 다양한 사정거리, 총탄과는 달리 과녁에 꽂힐 때까지 보이는 살의 궤적…. 전통 활쏘기를 공부하면 할수록 활이야말로 전투적 본성에 충실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종병기 활’의 주요 대결구도는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적의 뒤를 쫓는 남이(박해일 분)와 청군을 이끄는 장수 쥬신타(류승룡 분) 사이에서 이뤄진다. 쥬신타가 쓰는 파괴력 높고 육중한 활 ‘육량시’가 폭격ㆍ폭주의 느낌이고 직선적이라면, 남이가 쓰는 작고 빠른 애깃살은 곡사를 주로 하는 활로 요새 말로 하자면 ‘저격용’이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다는 김 감독은 병자호란 당시 만주족들의 전략전술과 우리 산하의 지형지물을 영화 속에 다양하게 응용했다.

한국 영화로선 첫 시도인 활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된 박해일은 “마치 사관학교에 입학한 듯한 기분”으로 영화 촬영 전 훈련에 임했다. “언젠가는 올 것이라 생각했던 사극 시나리오에 활 액션이 참신했다”며 출연 동기를 밝혔다. 박해일이 맡은 남이는 역적의 후손으로 세상에 나가 뜻을 펼 길이 막혔지만 울분과 좌절을 활쏘기로 달래는 천부적인 궁사다.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청군과 대결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상과는 거리가 멀다. “초반에 인물의 성격을 확 잡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황폐하고 어두우며 무거운 면을 강조할 것인지, 조금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연기할 것인지 톤을 조절하는 데에 고민이 깊었다”고 말했다.

결국 박해일이 연기한 ‘남이’는 영웅과 반(反)영웅 사이에서 맥박이 펄펄 뛰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김한민 감독은 박해일에 대해 “엣지가 있는 배우”라며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에선 극 중 인물보다 자연인 박해일의 그릇이 훨씬 크게 느껴졌고 자신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본능을 건져 올리는 에너지가 큰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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