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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컬럼>우리 펀더멘탈이 2008년 금융위기 때 보다 낫다고?
극도의 패닉에 빠졌던 글로벌 증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도 단기급락에 따른 후유증은 우려되지만 최악에서는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지만 어쨌든 다행스럽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특히 “우리 경제는 펀더멘탈이 튼튼해 괜찮다”는 근거가 모호한 일각의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이런 자신감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극복의 동인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정말 우리의 펀더멘탈이 확연히 더 나아졌을까? 한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외화유동성 문제부터 살펴보자. 우리 외환보유액은 7월말 현재 3110억 달러로 2008년(2432억달러) 보다 678억 달러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위기 초기 3개월 동안 빠져나갔던 액수(690억 달러) 만큼 더 확보된 셈이다.

정말 다행은 단기외채 비중이 현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2008년 9월 52%에 달해 자금 미스매치의 시발이 되었던 것이 지금은 38%대에서 관리되고 있다. 덕분에 은행들은 “당장 신용경색이 와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실질GDP성장률도 2008년 4분기에는 마이너스 4%를 밑돌았으나 올해는 4%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번 충격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가 변수다. 설비투자증가율 역시 안정적이다. 정부는 늘 기업이 투자 안한다고 불만이지만, 전년대비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던 2008년에 비해 올해 1분기 이 수치는 11.7%에 이른다.

그러나 눈여겨봐야 할 수치들도 있다. 과도한 대외의존도가 가장 큰 문제다. 2007년까지 60%를 거의 넘지 않았던 것이 2008년에는 환율급등 까지 겹쳐 92.3%까지 치솟았다. 2009년과 2010년 연속 80%대로 우리의 취약한 경제체질을 그대로 보여 준다.

실업률도 문제다. 2008년 3.2%에서 올해는 2월 4.5% 정점을 찍고 6월말 현재는 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7.2%에서 7.6%로 더 높아졌다. 3월에는 9.5%로 피크를 찍었다. 소비자물가도 2008년말 4.7%에서 올해는 4% 초반으로 관리되는 듯 했으나, 최근의 물폭탄과 태풍에 날아갈 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부동산 등에 자산이 묶여 있고 최근의 주가 폭락에 가처분 소득도 최악의 상태다. 보편적 복지에 따른 재정적자 문제 역시 골치거리다.

전체적으로 외화유동성 외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보다 펀더멘탈이 크게 나아졌다고 할 분위기도 아니다. 제도와 규제로 외화 유동성을 억지로 높여놓은 것 외에 지난 3년 동안 개인과 시장, 기업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자기반성 없이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위기가 와도 똑같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한계치에 이른 대외의존도 비중을 낮추고 수출과 내수가 균형 성장을 하도록 만들어 가는 게 시급하다. 서비스 부문 육성을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가 답이다. 그렇지만 박카스나 감기약 정도를 소비자들이 어디서든 쉽게 사게 하는데도 수년이 걸리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정부, 사업자, 이해관계자들 모두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의 수출 다변화와 함께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도 절실하다. 중기 수출 비중은 2003년 53%에서 2008년 38.8%로 뚝 떨어졌고 최근 3년간은 30% 초반대로 더 떨어졌다.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보편적 동반성장 못지않게 수출 부문의 대-중기 상생과 같은 선택적 상생모델을 확산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

2008년 위기 극복의 해결책은 ‘달러 살포’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여의치 않다. 유럽시장도 화약고다. 우리만 튼튼하니 문제없다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기업과 개인, 정부 모두 바뀔 것인가, 아니면 앉아서 당할 것인가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조진래 산업부장 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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