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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포럼>(2)황금알을 낳는 산업 디자인 - 혁신 디자인이 기업과 국가를 바꾼다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 기업 간 기술수준이 비슷해지면서 더이상 기술이 기업의 고유 경쟁력이 되기가 어려워졌다. 또 신규 기업들의 등장으로 자동차, 가전 등 대부분의 소비재 분야에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했다. 할리 데이비슨에서 자유를 찾고, 아이폰에서 새로운 문화방식을 경험하며 ‘디자인’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 흡수하게 됐다. 디자인산업이 이른바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2배 부가가치 창출=최근 디자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산업이 대표적인 저비용ㆍ고효율의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사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자인산업은 우리나라 대표 산업군인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보다 2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으로 디자인의 부가가치율은 43.9%로, 반도체(24.9%)와 자동차(20.8%) 보다 배 이상 많았다.

투자 대비 효과도 우수하다. 같은 자원을 투자했을 때 일반 연구개발(R&D)는 5배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지만, 디자인은 14.4배로 3배 가량 효과가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있다.

취업유발계수도 1.3배에서 3배 가량 높다.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자동차와 반도체가 추가로 취업시킬 수 있는 인원은 각각 9.9명과 4.5명이다. 반면 디자인은 13.9명을 더 고용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신화를 위해선 디자인이 필요하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21세기의 신화는 ‘디자인 혁신’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21세기에 새롭게 떠오른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은 바로 ‘애플’사. 지난 1980년 기업 공개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던 애플은 속이 다 비치는 컴퓨터인 iMAC의 누드디자인을 시작으로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등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IT업계 전통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타(MS)사를 제꼈다. 지난 2002년 57억 달러에 불과하던 애플의 매출은 지난 2007년 265억 달러로 5년간 5배가 성장했다.

디자인산업은 기업 뿐 아니라 국가도 부활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인류 최초의 산업혁명으로 일찍부터 부와 영예를 누리고 살던 영국은 미국, 중국 등 신흥 강자들의 등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9년 미국 뉴스위크지는 영국에 대해 “대영제국의 명성을 잃은지 오래며, 머지않아 경제소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정부는 디자인과 패션, 게임 등 13개 분야를 창조산업으로 지정,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그 결과 영국은 디자인산업에서만 23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제는 “영국의 잠재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가 됐다.

▶한국의 디자인 수준은 어느정도?=기회의 땅 ‘디자인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그외의 기업 및 분야에서는 신통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시장 규모가 매우 협소하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 시장은 지난 2006년 6조8000억원에 도달한 이후 2008년 5조2000억원, 2010년 5조1000억원 등 5조원 대에서 정체되고 있다. 디자인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2006년 기준)이 80조원, 영국(2009년)과 일본(2009년)이 각각 28조원과 25조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뒤지는 수준이다.

대학에서 배출되고 있는 디자인 전공자는 지난 2010년 2만2000명 수준으로, 일본(2만8000명)이나 영국(1만3000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다. 하지만 취업률은 71.7%로 전체 고등교육기관 평균 취업률(81.5%)보다 10%포인트 가량 낮다. 고용규모도 지난 2008년 5만4000명에서 지난해 5만명으로 감소추세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지난 2000년 이후 급격히 성장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경비 절감 차원에서 기업들이 디자인 부문의 투자를 축소시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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