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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금융쇼크>‘컨틴전시 플랜’가동…고용·투자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
유럽은 대비책 세웠는데

미국發 쇼크엔 무방비 상태


M&A 등 일단 예정대로 진행

겉으론 차분한 대응


환율 실시간 모니터링

속으론 비상상황 대비 분주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더블딥(경기 이중침체) 우려, 유럽발 도미노 재정위기, 국내외 금융시장 혼란 등 글로벌 경제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3대 축인 미국, 유럽, 중국 가운데 두 곳에서 이상조짐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마련에 착수했다.

물론 대기업들은 지금껏 확보해둔 유동성에 다소 여유가 있고 미국 상황이 악화된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당장 투자나 고용을 줄이겠다는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구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작은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컨틴전시 플랜 마련 착수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위기가 이전과는 달리 글로벌 경제축을 중심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권이 진원지였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상대적으로 국지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부터 삐걱거렸던 유럽발 도미노 재정위기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마저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G7 국가 중 일부가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요가 줄고 이는 수출 위주의 우리 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 임원은 “유럽은 연초부터 상황이 나빴기 때문에 나름 대응책을 세워뒀지만 미국이 이처럼 급작스레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비상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우선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삼성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다른 대기업들도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비상경영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유럽 재정위기 등 소위 선진시장의 경기악화가 전자업계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급격하게 변동하는 국제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사업본부별로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실시간으로 환율 및 원자재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돼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대응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도미노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글로벌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비록 경제위기 초기 국면이어서 고용, 투자, M&A 계획 변경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위기 장기화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고용, 투자, M&A “일단은 예정대로.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어 당장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시점에서 악재가 발생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사태 진전 상황에 따라 계획 수정 가능성도 상존한다.

아직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차분하다. 예정된 투자나 채용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투자와 고용 모두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어서 위기에 대한 우려만으로 서둘러 계획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예정된 투자 대부분이 미래 성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현재 경기상황이 투자계획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고 고용 역시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현대차, SK, KT, STX 등 다른 대기업들도 신규채용이나 투자를 줄일 계획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로 대표되는 올 하반기 기업 인수ㆍ합병(M&A)도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참여의사를 밝힌 SK와 STX 등이 예비실사를 마친 후에 본격적으로 인수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경제위기 우려에 따른 자금조달은 변수로 남았다. 특히 중동계 자금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고 비상장 계열사의 국내증시 상장과 다롄조선의 홍콩증시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STX는 사태 장기화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STX 관계자는 “홍콩증시에 상장할 예정인 다롄조선은 내년 초가 목표인데 그때까지 위기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전 상황과 달라진 점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더해졌다는 정도여서 글로벌 경제구조 자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둔화되는 느낌이 있고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고용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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