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상승 압박여전
美신용등급 하향조정
세계 금융 변동성 확대
11일 금리결정에 이목집중
금융통화위원회가 또다시 진퇴양난에 처했다. 고물가를 생각하면 이달에 반드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메가톤급 대외 악재로 고민에 휩싸였다.
8월 들어설 때만 해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 분위기였다. 7월 소비자물가가 4.7%나 올라 시장의 예상치(4.4%)를 웃돌았고, 식품류와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3.8%로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가 더해지면서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공조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을 의심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수출이 사상 최초로 월간 기준 5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경기회복 신호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유럽의 국가채무 리스크도 다소 완화되고 지난 1일 부채협상이 타결되며 미국이 디폴트 위험에서 벗어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주 말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모든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세계증시의 바로미터가 된 한국 주식시장은 주초부터 패닉상태에 빠졌고, 주가와 통화가치에다 채권가격마저 동반 하락(금리상승)하면서 지난 2008년 8월 리먼사태 때 못지않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리먼 사태 당시 국내 경제는 수출 감소와 투자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물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경험했다. 이번에도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현실화되고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이 더해지면 리먼사태 때와 같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다간 소비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금통위는 전대미문의 대외 악재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 우려와 물가불안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 변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대신증권 김의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기대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 목표의 상단인 4%에 도달했고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의 둔화를 낙관할 수 없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경제지표가 급격히 둔화되고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아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미국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 회의 결과가 알려진 다음날인 11일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