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훈풍 모처럼 웃었는데
시중銀 중기대출 점차 축소
돈 빌려도 금리 등 2차 충격
장비 수입·공장증설 등
중장기 계획 ‘발등의 불’
“신규 대출은커녕 신용보증기금도 대출 한도가 이미 다 찼습니다. 연장해야 하는데 막막합니다. 이자는 또 얼마나 늘어날지….”
“수입 장비를 들여와야 공장이 돌아가는데 외화 차입을 하려고 해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1030원 간다는 환율이 눈 깜짝할 사이 1080원이나 찍었으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들의 말이다. 그런데 하나는 2008년 9월, 다른 하나는 2011년 8월 ‘현재’ 시점에서 각각 토로했던 중기 대표들의 심경이다. 3년이란 간격을 두고 나온 말이지만 이들이 전하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 불렸던 ‘리먼 사태’ 이후 3년 만에 다시 돈맥경화의 공포가 중기들을 엄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찾아올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중기업체들은 벌써부터 내다보고 있다.
이는 역시 중기로 들어올 돈줄이 점점 가늘어질 것이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실제 시중 은행 대부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시중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08년 말 235조1728억원에서 지난해 말 232조4022억원으로 1.2% 감소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전년 대비 8조2111억원(3.4%)이 급감하기도 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10조8261억원(23.9%)이나 급증했다.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50조6621억원에서 56조1453억원으로 10.8% 증가했다.
문제는 설령 돈을 빌린다고 해도 이자 비용 감당이 2차로 다가올 충격이란 점이다. 2008년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7.31%로, 가계 대출, 대기업 대출보다 모두 높았다. 특히 대-중기 대출금리 차이도 2008년 0.66%포인트에서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지만 올 들어 다시 0.6%포인트대로 벌어졌다.
이처럼 자금 융통 압박이 다가오면서 목돈을 투입할 중기업체들은 더욱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비를 수입하는 업체나 연내 공장 증설 마무리 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수입해 해외로 제조품을 역수출하는 업체 관계자는 “고가의 장비일수록 환율이 올라가면 비용이 더 많이 추가되는데 고객사들은 물량을 줄인다고 하니 비용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을 앞둔 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오는 10월 인도네시아에 섬유공장을 완공할 예정인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완공 후 즉시 생산에 들어가 바이어에 납품하기로 계약했는데 공장 건설 최종 마무리를 위한 자금을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