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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극, 월·화·수·목 금 토·일…‘맛있는’ 사극은 없다
광개토태왕·공주의남자·무사백동수…

분명한 갈등구조·소재 다양성 불구

밋밋한 전개·연기력 논란 등 몰입방해


가부장적 정치대결·암투극 못 벗어

‘대장금’같은 세련된 스토리전개 아쉬워





지상파 3사 공히 사극을 방송 중이다. 모두 시청률 1위다. 월화극 시청률 1위는 SBS ‘무사 백동수’이며 수목극도  KBS ‘공주의 남자’가 1위다. 주말극은 SBS ‘여인의 향기’와 KBS ‘광개토태왕’이 1위를 다투지만 ‘광개토태왕’이 약간 앞선다. 백제가 멸망기 대외관계 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투쟁과 고통을 겪었는지를 계백 등을 통해 보여주는 MBC ‘계백’도 그런대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굳이 사극전성시대라고 하기는 좀 뭐하다. 요즘은 헤게모니를 장악한 드라마가 없다. 대박 드라마가 없는데서 사극들이 시청률 1위에 올라있다.

최근 방송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사극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는 현대물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과 사극도 중년뿐 아니라 신세대 시청자도 끌어들일 수 있고,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갈등구도를 구축하기 좋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쟁물, 첩보물 등 현대극 대작들이 실패하면서 사극으로 눈을 돌린 면도 있고, ‘추노’와 ‘성균관 스캔들’ 등이 성공하면서 사극의 힘을 다시 확인한 면도 있다.

최근 지상파 3사가 전쟁물 첩보물 등 현대극 대작들이 실패하면서 사극으로 잇따라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광개토태왕, 무사 백동수, 공주의 남자 중 한 장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극은 갈등요인, 결혼반대나 빈부차이, 출생의 비밀 같은 장애물들이 억지로 구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사극에서는 신분제 사회, 전쟁, 확연히 나눠지는 지지파와 적대파의 구분 등 극적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갈등구도를 펼치기가 쉽다. 이에 따라 사극의 소재는 더욱 다양해졌다. 다만 요즘 사극들이 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광개토태왕’은 평생 싸운 왕이다. 멀리 후연, 말갈과 싸우고 한반도에서도 백제 신라와 대적한다. 나라 안에서도 왕권을 위협하는 귀족들과 싸운다. 지금은 담덕왕자 시절로 자신의 정치력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아직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가 세련되고 미세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좋게 말해 정통사극이지만 인물 간의 갈등은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민적이어서 구식 사극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퇴행하는 사극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는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아들 승유(박시후)와 수양대군 딸 세령(문채원)의 애절한 로맨스가 관전 포인트다. 둘 외에도 문종의 딸 경혜공주(홍수현)와 아버지 신숙주(이효정)가 오랜 친구인 승유 아버지 김종서를 배신함으로써 승유와 어색한 관계가 되는 신면(송중호) 등이 멜로에 가세한다.

여기에는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문종 왕위를 지키려는 김종서와 왕권을 빼앗으려는 수양대군 간의 혈투가 바탕이 돼 사극의 무게를 지켜주고 있다. 앞으로 이 두 가지가 잘 맞물려 돌아간다면 시청자를 더 끌어들일 여지는 있다.

무협 액션 사극 ‘무사 백동수’는 무예지 ‘무예도보통지’를 만든 백동수(지창욱)가 조선제일검이 되는 이야기다. 백동수가 아직 성장하지 못해서인지 충분한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살수의 역할을 맡은 여운(유승호)의 이미지도 약하다. 호위무관들과 비밀 살수 집단의 대결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장금’ 이후 대박 한류 사극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사극은 우리의 특수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 보편성까지 담을 수 있게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정치 대결구도나 암투극을 단순히 보여주기보다는 갈등과 고뇌, 재주와 기량, 내공들을 좀 더 세련되게 풀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서병기 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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