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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군 얘기를 한국전으로 각색”
‘고지전’이 여름 시즌 한국 영화 대작들의 치열한 흥행경쟁 속에서 지난 3일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호평과 흥행의 중심에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박상연(39) 작가가 있다. 자신의 소설(‘DMZ’)을 원작으로 한 ‘공동경비구역JSA’로 데뷔해 ‘화려한 휴가’를 거쳐 ‘고지전’까지 영화에 참여했으며, 드라마 ‘히트’와 ‘선덕여왕’을 집필했다.

쓰는 것마다 성공하니 여의도와 충무로의 ‘히트제조기’로 통한다. 영화의 흥행을 뒤로하고 오는 9월 SBS에서 방영 예정인 사극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대본 집필에 여념이 없는 박 작가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났다.

“원래 신춘문예 단골 낙방생이었죠. 이문열 선생님의 추천으로 1996년 등단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가 꿈이었고, 지금도 소설가라고 생각해요. 영화에 관심이 있었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박 작가는 지난 2003년 MBC에서 방영했던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 출연해 1대 달인이 된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한국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역사에 관심이 컸고, 원래 “이런저런 상식을 자랑하며 잘난 척하기 좋아하던 성격이었다”고 했다. 그것이 한국전쟁이나 분단, 역사극을 쓰게 한 바탕이 됐다. ‘고지전’ 기획은 지난 2005년 영화사로부터 일제시대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계약하고 이튿날 제작자와 가진 술자리에서 박 작가가 “원래 내가 나이 오십 되면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한국전쟁이 어떻게 끝났나를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제작자는 “그게 더 대박인데!”라며 결국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박 작가는 “광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에선 인물들을 영웅으로 그렸다면 ‘고지전’에선 ‘모두가 피해자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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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나리오는 4시간이나 돼야 다 담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박 작가는 글이 길고 말이 많은 것이 “내 작가적 병폐”라고 했지만 ‘고지전’에선 미처 다 못한 이야기가 많다. 광복군이었다가 국군이 된 병사(고창석)나 북한군 대장(류승룡), 북한 여군 저격수(김옥빈)의 숨겨진 드라마가 있다. “영화가 잘되면 언젠가 TV 드라마로 다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차기작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다룬 ‘뿌리깊은 나무’에 대해선 “언어와 권력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역사극이나 시대극 등 진지한 작품으로만 알려졌지만 사실은 코미디도 무척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m.com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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