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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은 사회기호…이 시대의 낯빛은 꽤나 어둡고 우울하다
브레송 재단의 큐레이터 아네스 시르는 브레송이 찍은 초상사진을 “어떤 불필요한 효과도 용납하지 않는 강한 현존”이라 평했다. 사르트르, 마틴 루서 킹 등 브레송이 낚아챈 얼굴은 인물 자체이자 ‘시대의 초상’이기도 하다.

과연 얼굴은 몸뚱어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동시에 그 어떤 실재보다 ‘정신적인 오브제’다. ‘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21세기북스)의 저자 벵자맹 주아노는 요컨대 얼굴이란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의 바탕”이며 “수많은 제도와 유행, 사상 등에 형태를 부여하는 인간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눈, 코, 입, 귀 등 각 부위의 집합체인 얼굴은 눈의 밝음, 코의 활력 등 낮의 상징과 입과 쾌락, 귀와 동굴의 비유 등 밤의 상징이 뒤섞인 집합체다. 저자의 탐색은 이러한 상징체계에 대한 구조주의적 분석으로 시작된다. 메두사부터 한국의 돌하르방, 장승에 이르기까지 남근의 상징을 밝혀내고 성에 대한 욕망과 금기 등 인간의 심리적 기저를 살펴보는 일은 흥미롭다.

한편 얼굴에 포개진 ‘기호’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며 저자가 들여다본 20세기 이후의 낯빛은 꽤나 어둡고 우울하다.

예를 들어 나치 정권은 인종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골상학의 명목으로 얼굴을 말살하기도 했다. 나아가 실존적 혼란과 매스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정신적 가치를 잃은 채 훼손당하는 오늘의 얼굴에서 저자는 인간성의 상실을 본다. 요는 비인간화된 사회에 ‘인간의 얼굴’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굴의 ‘매혹적 면면’에 대한 고찰은 인간성 회복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얼굴’은 무엇보다 문화인류학, 철학과 심리학, 예술을 넘나드는 저자의 지적 여정이 돋보인다. 소르본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지식인의 저작이란 점에서 더 흥미롭고 눈길을 끈다.

김기훈 기자/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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