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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가 폭우 후유증 극복기…"상품(上品) 찾아 첩첩산중도..."
유통가가 폭우로 인한 후유증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체감물가 1번지’ 대형마트에서는 채소와 과일 담당 바이어들이 폭우 영향이 적은 산지를 찾기 위해 첩첩산중도 마다않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 채소 바이어들의 주된 업무는 ‘더 높은 곳’을 찾는 일이다. 고도가 높은 곳은 상대적으로 폭우 피해가 덜하고 일교차가 커 채소의 생육 상태도 단단하기 때문이다.

김경영 홈플러스 채소팀 바이어는 “품질이 좋은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비가 오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산지를 추가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발고도 측정계를 들고 전국을 누비느라 사무실을 비워놓기 일쑤인 바이어들의 고충을 전했다.

바이어들이 힘들게 발품을 판 덕분에 홈플러스는 시금치와 상추 등 엽채류 공급처를 기존의 포천에서 경기 남양주와 일산으로 까지 추가 확보할 수 있었다.

과일 바이어들은 일조량이 많은 곳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전국을 헤매고 있다. 사과나 배 등은 강수량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계속되는 비로 햇볕이 들지 않는 바람에 과실이 여물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산지에서는 나무에 영양제를 주사하거나 나무 아래쪽에 반사필름을 설치해 놓고 햇빛을 모아 과실에 쪼여주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어들은 과실이 빨리 익는 지역을 선점하기 위해 평택, 안성 등 치열한 산지 답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품을 파는 바이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우 후유증에 대한 유통가의 위기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채소는 산지와 사전에 직접 계약한 비율이 적기 때문에 유통가의 ‘큰 손’임을 자부하는 대형마트도 물량을 대느라 애먹는 품목이다. 게다가 채소는 가격이 적정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포기하는 가격저항선이 생기기 때문에 판매량도 줄게 돼 있다.

서울 영등포 청과물 시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김모(53ㆍ여)씨는 “채소는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사람들이 덜 먹는다”며 “물량 대기도 어려운데 판매가 줄어드는 고충까지 동시에 겪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엽채류는 주산지가 주로 경기권인데 이번 폭우가 경기 등 중부지방에 집중돼 후유증이 더 큰 상황이다.

과일은 현재보다 남은 추석 상전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가에서는 올 추석 사과의 가격은 지난해 추석보다 15~20%, 배 가격은 20% 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석이 예년보다 빨라 최상급 과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일찌감치 나왔지만, 사과나 배의 개화기인 지난 4월에 이상 저온 현상이 찾아온데다 폭우까지 잇달아 상품 가치를 지닌 물량이 연초 예상에 못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과일 농가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태풍 곤파스 때문에 타격을 입은데 이어 올해도 이상 기후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며 애타는 심정을 전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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