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나가수’ 가 버텨온 힘의 근원은 다양성과 보컬에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비주얼에 덧입혀진 부수적 존재로서의 음악이 아닌, ‘듣는 것’ 이란 음악의 본질에 시청자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것이 ‘나가수’가 만들어진 취지였다. 결과는 성공적. 김범수, 박정현, 임재범 등 TV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실력있는 보컬리스트들이 대중에게 각인됐다. 그리고 이제, ‘나가수’ 는 ‘좋은 음악’ 에 대한 열망을 보컬이 아닌 밴드음악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아니, 단순한 확장이 아닌 ‘좋은 음악’ 의 원천으로 회귀하고 있다. 결국엔 ‘그룹 사운드’ 였던 것.
다양한 장르의 멤버들이 모여 보컬 실력을 뽐내고 있는 듯 비춰지지만, 사실 ‘나가수’ 가 즐겁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던 점은 모두 ‘사운드’ 에 있었다. 그래서 출연진들은 저마다 다양한 편곡, 퍼포먼스와 함께 보컬을 빛내 줄 실력있는 세션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냈던 것. ‘나는 가수다’ 가 아닌 실은 ‘나는 무대다’ 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
매주 등장하는 깜짝 피쳐링과 세션팀에 시청자들은 늘 열광했다. 보컬이 빛나는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탓에 느끼지 못했지만, 사실 이러한 열광적인 반응 뒤엔 ‘밴드’ 음악에 대한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음악 서바이벌의 홍수 속에 ‘톱밴드’ 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즌 2를 앞두고 있는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이 매 미션마다 밴드와의 호흡을 중요시 했던 것도 밴드의 부활에 한 몫 했다.
지난 30일부터 2박 3일간 지산리조트에서 펼쳐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에는 국내 인디밴드를 포함, 80여개의 팀이 록의 향연을 펼쳤고, 3일간 9만2000명(주최측 추산)이 다녀갔다. 곧이어 오는 5일부터는 또다른 록 페스티벌 ‘펜타포트’ 가 이어진다. 주류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을 뿐, 이미 록은 부활해 있었다. ‘나가수’ ‘톱밴드’ 등을 통해 수면위로 현상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최근 뮤지컬계에서도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라이브가 가능한 밴드가 출연하는 것. 지난 7월 20일부터 3일간 공연된 양귀자 원작의 ‘원미동 사람들’ 엔 록밴드 ‘가요톱텐’ 이 출연해, 기존의 오프닝 음악을 틀어 놓고 시작하는 형식을 버리고 라이브 연주로 관객들과 호흡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호응을 얻었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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