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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숲과 맑은 물, 자연 벗삼아 사는 한적한 단독주택의 낭만이 대형 재해로...그린 프리미엄의 역습
서울과 인접해 살면서 푸른 숲과 맑은 물을 벗 삼는 이른바 ‘친환경 직주근접 주거지’는 고급 주거지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힌다. 짙은 매연과 많은 인파의 혼잡함, 답답한 빌딩 숲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퇴근 후 누리는 자연과의 공존은 결코 피하기 힘든 유혹이다. 이런 이유로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평창동과 성북동 등은 물론이고 서울ㆍ수도권의 주요 산자락을 끼고는 어김없이 고급 단독주택 주거지들이 형성돼 있다. 아파트들도 너도나도 주변의 산과 강조망의 이점을 내세워 분양 판촉전을 벌인다. 이른바 ‘그린 프리미엄’이다.

이번에 우면산 산사태로 큰 피해를 본 형촌마을과 전원마을도 ‘그린프리미엄’을 누리려는 이들이 모여 형성된 대표적 고급 단독주택지들이다. 실제 형촌마을은 사회 저명인사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 심은하씨도 결혼 전까지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한다. 10여 년 전부터 외부인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원래 살던 주민들의 집이 헐리고 고급 빌라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역 사거리에서 과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보이는 고급 단독주택지인 전원마을도 1980년대 중반 전문직 종사자들이 단독주택을 새로 짓고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서울에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린 지난 27일 이 ‘그린프리미엄’은 ‘그린 페널티’로 돌변했다. 평소 평안함을 안겨주던 산과 물은 마수로 모습을 바꿔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자연은 인간의 욕심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누릴 수만은 없는 경외(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었음이 이번에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가 무분별한 친환경 주거지로의 쏠림현상에 일정 부분 경종을 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면서 서울 근교의 단독주택지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추세. 은퇴 후 자녀까지 출가시킨 뒤, 한적한 교외 전원 생활을 누리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보다 나은 조망과 채광을 누리기 위해 산과 강에 최대한 인접해 집을 지으려는 심리를 어느 정도 제어해 줄 것이란 분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대표는 “이번 사고가 분위기 좋은 단독주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도 일부 있어 보인다”라며 “단독주택은 주거 쾌적성을 확보하려 하다 보니 산 아래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경각심을 깨우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달리 별다른 규제 조항이 없는 단독주택에 대한 지내력(지반이 중량물을 지지해 견디는 힘) 조항 신설도 이번 계기를 토대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제도상 지내력 시험 등 건축물의 구조기준 관련 규정은 3층 이상 건축물이나 연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만 구조 안전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단독주택처럼 소규모 건축물은 큰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질 경우 자칫 집이 붕괴되더라고 이를 규제할 조항이 별도로 없다는 것. 국토부는 이에 따라 구조 안전확인을 신축건물의 경우 모두 실시하도록 현재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자락에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가 나는 건 어쩔수 없는 자연재해로 볼 수밖에 없지만, 단독주택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축물의 구조기준 관련 규정의 입법예고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순식ㆍ김민현ㆍ백웅기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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