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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적 아이템‘화이트 셔츠·티’…코디·액세서리별 매치포인트
“길에서 주웠어요?”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화이트 티셔츠를 입은 정재형에게 정형돈이 던진 말. 최근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한 뮤지션 정재형이 입었던 티셔츠가 화제다. 개그맨 정형돈은 “화요일 날 개화동 와라. 우리 헌 옷 내놓는 날이다. 이런 옷 진짜 많다”며 면박을 줬지만, 사실 이 티셔츠는 수입 브랜드 ‘발망’의 제품으로 약 40만원을 호가한다.

‘마담 휘가로’의 편집장을 지내면서 오랫동안 정재형과 인연을 맺어온 패션 칼럼니스트 김은정 씨는 그의 패션에 대해 “흰색 셔츠나 티셔츠를 아주 잘 소화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제 아무리 심플한 것도 그가 입으면 ‘아방가르드(실용성보다는 예술성에 치중한 패션)’해진다”며 “허름한 듯 멋지다. 그만이 가진 재주고, 패션의 마법이다”고 평했다.

하얀 도화지 같은 무한함. 그래서 동네 패션과 파리지엥을, 패셔니스타와 패션 테러리스트 사이를 마구 오가는 화이트 상의(셔츠와 티셔츠). 정재형처럼 아방가르드할 순 없지만 올여름엔, 보란듯이 파리지엥 흉내 한번 내 보자. 범인이 ‘아방가르드’한다 한들, 누가 알아주랴.

▶화이트 셔츠- 중성적 매력은 ‘마력’=오랫동안 ‘화이트 셔츠=아빠 옷’ 이었다. 빳빳하게 잘 다려진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던 아버지의 모습을 ‘뽀뽀뽀’ 만큼이나 많이 봤으니까. 그래서 사실 셔츠는 ‘남자옷’의 이미지가 강하다. 화이트 셔츠는 더욱 그렇다. 격식을 갖춘 자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옷. 그 때문일까, 흰색 셔츠에는 ‘다스리는 힘’이 있다. 일종의 카리스마다. 화이트 셔츠가 주는 카리스마는 남성적인 옷 속에 드러나는 여성적인 실루엣이다. 이 중성적인 매력이 셔츠의 마력.

화이트 셔츠가 제일 심플하고 멋있게 보여질 때는 청바지랑 함께했을 때다. 그 외에 같은 화이트 색상 반바지도 괜찮은 선택. 또 검은색 레깅스도 멋지다. 셔츠의 밑단 자락을 엉덩이(골반)선에서 살짝 매주고 단화를 신어주자. 위는 넉넉하고 아래는 피트되는 전체 실루엣을 갖춘 후 단화 사수. 이 차림 그대로 격식을 갖추고 싶다면 신발만 바꾼다.

심플하다고 해서 모든 화이트 셔츠가 다 비슷하고, 멋진 건 아니다. 엉뚱한 예지만 스티브 잡스는 “ 간단함이 최고의 정교함이라고 했다. IT뿐만 아니라 패션에도 적용 가능하다. 심플한 멋을 내기 위해선, 더 복잡한 디테일 작업을 거쳐야 한다. 

                                                          [사진제공=일모스트리트닷컴, 르윗]
▶화이트 티셔츠-별것 아닌 ‘별것’=
화이트 티셔츠의 매력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있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그게 아니다. 멋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화이트 티셔츠 하나 잘 걸치면 ‘아, 저 사람 기본 멋을 안다’ 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또 다른 화이트 컬러의 카리스마다.

정재형이 입은 티셔츠는 굉장히 고가였지만, 화이트 티셔츠는 실제론 가장 저렴하게 멋을 낼 수 있는 기특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러한 티셔츠를 멋스럽게 표현하려면 캐주얼과 포멀함의 감도를 적당히 잘 섞는 게 관건이다.

패션 칼럼니스트 김은정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캐주얼하거나 포멀하면 매력 없다. 그건 누구나 하는 것”이라며 “발랄한 아이템과 점잖은 아이템이 함께 만나 빚어내는 풍부한 소리가 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화이트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면, 아주 재단이 잘된 재킷을 걸치고 힐을 신는다. 혹은 화이트 티셔츠 아래로 감색이나 블랙 정장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는 것도 좋은 코디의 예. 가뿐한 발걸음이 주는 자태가 그야말로 ‘쿨’ 하다.

티셔츠라고 해서 캐주얼한 목걸이를 굳이 매치할 필요는 없다. 의외로 길게 늘어지는 진주목걸이가 멋지다. 무거운 소재가 티셔츠를 만나 기분좋게 가벼워진다.

▶화이트+알파의 법칙=화이트 상의엔 어떠한 컬러의 하의나 액세서리를 매치해도 괜찮다. 하지만 계절감을 고려해 실버 주얼리나 같은 화이트 컬러지만 소재가 다른 액세서리나 가방, 신발 등을 코디하면 더욱 감각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실버 주얼리를 착용할 때는 과감하게 큰 펜던트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매니쉬(mannish)’한 느낌을 좋아하는 여성들은 아예 남성용 주얼리를 고르기도 한다.

단조로운 화이트 색상의 상의를 입었다고, 너무 튀는 컬러감의 가방이나 신발은 되레 촌스러울 수 있다. 가장 세련된 것은 비슷한 계열로 소재를 바꾸는 것. 가죽이나 에나멜로 된 소품을 매치하면 세련되고 같은 듯 다른 듯 통일감도 준다.

어느 날 화이트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땐, 작은 브로치 2~3개 달아주자. (티)셔츠도 당신처럼 멋부리고 싶어할 때가 있다. 

1. Collar
옷마다 미세하게 모두 다른 깃 모양에 주시. 종종 유행을 타는 부분이긴 하지만, 너무 뾰족한 건 안 예쁘다. 무섭다. 뭐든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건 별로. 그렇다고 늘 ‘허허’ 웃는 사람마냥 너무 둥근 것도 싫다. 담백하게, 깔끔한 각을 그리는 깃이면 충분. 

2. Button Design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디테일. 흰색이나 아이보리 단추면 괜찮지 않을까. 조개껍질처럼 너무 튀거나 화려한 느낌의 단추는 사양. 오히려 고급스럽지 않다. 단추를 망치면 셔츠가 주는 ‘시크함’도 떠나간다.

3. Button Position
첫 단추를 잘 꿰라. 아니, 첫 단추를 잘 풀어야지. 어떤 스타일에서든 첫 단추는 푸는 게 보편코디. 단추 하나에 당신은 섹시할 수도 있고 꽉 막힌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첫 단추의 위치는 매우 중요. 너무 위에 달려도, 밑에 달려도 안 되니까. 

4. Fit
최근 트렌드는 꼭 맞는 디자인. 하지만 너무 타이트하면 날씬해 보이긴 해도 불편하다. 반대로 넉넉한 품은 아무리 잘록한 허리도 뚱뚱하게 만든다. 너무 헐렁하지도, 너무 꽉 끼지 않게 ‘반드시’ 입어보고 판단할 것.

5. Manchette
확 접어 올려 입은 소맷부리가 주는 ‘맛’ 을 아는지. 그 무궁무진한 활동성. 외출을 기다리는 화장대 위 팔찌들을 생각해서라도 소맷부리를 시원스레 걷어올려 입어주는 배려가 필요. 때론 어떤 셔츠는 막상 소맷부리를 걷어올려보면 느낌이 안 난다. 소맷부리 자락도 꼼꼼히 관찰해 고를 것.

6. Material
뻔한 이야기. 면의 퀄리티를 보자. 꼭 만져보지 않아도 느낌이 오는 면이 있다. 좋은 사람들이 그렇듯, 가볍지 않고 오래 갈 것 같은 믿음을 주는 그런 면. 면 소재의 매력이란 진솔함 아닐까. 너무 얇으면 땀 흡수도 어렵고, 폼이 안 난다.

7. Length
어정쩡한 길이는 보는 사람도 불편하다. 어떤 옷과 매치할까를 곰곰히 생각하고 사는 게 필요. 최근엔 엉덩이를 덮는 길이가 인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 레깅스와 함께 입을 수 있어 더욱 예쁘다.


박동미 기자/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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