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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우 속 노숙인, 어디로 가나
26일 저녁 서울역, 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1번출구 처마 밑에는 50여명의 노숙인 들이 느닷없이 쏟아붓는 비를 피하고 있다. 

박스 위에 앉아 비를 피하는 사람, 삼삼오오 모여 술을 먹는 사람도 보였다. 10년째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모(남 55)씨는 “역사 안으로 들어가도 행색이 깨끗한 사람이 아니면 다나가라고 한다. 우리가 파리도 아니고”라며 한숨을 지었다. 

그나마 박스라도 깔고 앉은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비에 젖어 박스떼기 한장도 구하기 힘들다. 노숙인 인권을 위한 단체 ‘홈리스 행동’의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비가 오면 누울 자리에 깔 박스하나를 구하지 못해 많은 노숙인들이 맨 땅에 자야 하죠. 지난 주 비가 많이 왔을 때는 우리가 현장에 나가서 노숙인들에게 박스를 구해다 주고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가는 여름철에는 노숙인들이 지하철역과 건물안으로 몰려들어 시민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 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역 앞 다시서기센터 관계자는 “얼마전 있었던 시민에게 200원을 요구하다 흉기에 찔린 노숙자의 사건도 지하도 안에서 일어 난 것이다”라며 “노숙인들이 많이 몰려 들게 되면 시민들과의 마찰도 불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은 지난 20일 노숙인들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을 해결하고 역사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오는 8월부터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민원과 환경서울역사에 있는 노숙인들을 퇴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노숙인들에 대한 이렇다할 대책이 없다. 임종배 서울시 자활지원과 과장은 “거리보건대책이 잘 돼 있고 사회복지사가 광범위하게 활동 하며 노숙인 각 개별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에 알맞은 대응을 해준다. 그리고 서울역, 영등포역에 무료진료소가 있어 무릎까지 치료해 주고 있다” 고 했다. 노숙인 대책과 관련,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입장 이다. 

다만 장마철 대비해 우비나 우산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물품을 나눠줘도 다 팔아먹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노숙인 대책을 펴는데 한계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서기센터에 따르면 한때 천막을 쳐서 노숙인들이 자유롭게 비를 피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하지만 그걸 누가 관리하느냐 등의 문제 때문에 없었던 일이 됐다. 

서울시는 여름철을 맞아 폭염과 폭우를 피해갈수 있는 응급구호방, 무더위 쉼터 등을 운영 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을지로 입구역에서 노숙을 하는 김모씨(48)는 “우리한테 잘해주면야 좋지만 결국 별자활근로시키고 받은 돈으로 방 구해서 어디 들어가라는 식인데 내 상황과 맞지 않다”며 자신과 맞지 않는 대책을 내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싫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양심 시민 봉사단으로 활동중인 고영윤(43ㆍ회사원) 및 구세군 관계자는 “여름이면 을지로 입구역에서 시청역방향으로 화장실 가는 통로나 계단올라가는 쪽 등 군데군데 빈 공간을 노숙인들이 이용하는 것 같다”며 “여름철 노숙인의 길거리 생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폭우나 무더위로부터 인간답게 지낼 수 있도록 노숙인에 대한 시각전환과 문제해결의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박병국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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