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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집착 무리수…철도강국 꿈 ‘와르르’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던 고속철이 결국 대형 사고를 냈다.

그동안 크고 작은 고장이 잇따르며 대형 사고에 대한 ‘전주곡’이 울렸음에도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사고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안전성 우려가 고조되면서 적극적인 해외 수출을 통해 ‘고속철 강국’이 되려는 중국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세계 최고 기술, 원시적 사고=지난 23일 오후 8시34분(현지시간) 베이징을 떠나 푸젠 성으로 향하던 고속전철 ‘D301호’가 저장 성 원저우 부근에 정차해 있던 항저우발 푸저우 남역행 ‘D3115호’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D3115호는 벼락에 의해 일어난 정전으로 일시 정차해 있었으나 후행 열차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D3115호 객차가 충격에 의해 선로를 이탈해 교량 아래로 추락하면서 현재까지 43명이 사망하는 등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비상시에 대응하는 고속철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빚은 원시적 사고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철과 철도망을 깔렸지만, 운영과 관리 시스템은 후진적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최근 들어 중국 고속철은 잦은 사고를 내며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돼왔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오가는 징후고속철은 개통한 지 열하루 만인 지난 10일 이후 연달아 다섯 차례의 사고를 냈다. 또 20일에는 상하이 훙차오(虹橋) 역을 출발해 난징 역으로 향하던 ‘G7138편’ 열차가 갑작스러운 전기 공급 중단으로 쑤저우 신취 역에 멈춰섰다.

▶‘철도 강국’ 야심 장벽=중국은 2010년 총연장 9만1000㎞에 달하는 철도망을 2015년까지 12만㎞(고속철 1만6000㎞)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철도망 구축에 매달려 왔다.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의 고속철 기술은 세계에서 경이로운 기적으로 통했다.

중국이 이처럼 철도, 특히 고속철에 공을 들인 것은 노동집약적 제조업 수출국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첨단 기술을 수출하는 국가로 변모하기 위한 야심과 관련이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FT는 사람을 적게 태우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고속철을 개발하는 대신, 안전하고 사람을 더 많이 태울 수 있는 일반 열차 수를 늘리는 것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세계 각국 고속철 프로젝트를 따내고 고속열차 수출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위험한 무리수를 뒀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말레이시아에 자체 개발한 고속열차 228대를 수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중국 고속철 제조업체인 중국난처그룹(CSR)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손잡고 미국 고속철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중국 정부의 고속철 계획과 열차 수출은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고속 성장의 대가=고속철은 류즈쥔 전 철도국장이 낙마하는 등 각종 비리를 양산했다. 또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고속철 개발에 투입하면서 철도부의 재정 상태는 엉망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초고속 건설 신화는 최근 들어 곳곳에서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원저우와 항저우에서 잇따라 교량 붕괴 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하얼빈에서 아파트의 한쪽 부분이 붕괴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건설뿐만 아니라 불량식품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정부패와 안전불감증, 부도덕성 등이 빚어낸 인재(人災)로 여겨지며 고속 성장의 신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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