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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적 거세 시행
아동 성범죄자에게 강제로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억제하는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인 화학적 거세가 24일부터 시행된다.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준비 불충분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 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행한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화학적 거세는 재범위험이 큰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절차를 거쳐 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어서 본인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약물치료 중단 즉시 성 기능이 원상회복되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 이후 경과에 따라 임시 중단할 수도 있어 합리적인 범위에서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손동호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지난 2008년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을 때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 김수철 사건, 김길태 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2010년 6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들끓는 여론을 고려해 치료가 아닌 처벌의 개념으로 법안 내용이 바뀐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경환 변호사는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한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약물치료를 강제하는 현행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성범죄자가 약물치료위원회에 약물치료를 신청하면 위원회의 진단 절차를 거쳐 국가부담으로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처벌이 아닌 치료의 개념이 강한 것이다.

화학적 거세가 전자발찌 부착,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 등 사실상 처벌의 기능을 하는 다른 성범죄 재발 방지책과 중복적으로 적용된다면 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소지도 있다.

전자발찌 부착제도와 화학적 거세 제도를 각각 따로 도입한 나라는 많지만 두 제도를 동시에 시행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주사 한 방으로 성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을 놓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약물 투여 기간에만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뿐 성범죄자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헤럴드 생생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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