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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기였던 그 이름, 윤휴 되살아나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
“윤휴가 사형당한 후 조선은 침묵의 제국이 되었다.”

역사학자 이덕일이 노론의 영수 송시열에 맞서 사회개혁을 외치다 역사의 무대에서 강제로 떠밀린, 그래서 금기의 이름이 된 주인공 윤휴 복원에 나섰다. 노론식의 말만 내세운 북벌이 아닌, 실제적인 북벌을 내세우고 신분과 조세의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한 윤휴를 통해 저자는 이 시대의 도그마에 날을 세우며 자신의 꿈을 투사하는 듯하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다산초당)은 겉으론 인조~숙종조 때의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사상가로서의 윤휴를 조명하는 평전 격이지만 담고 있는 의미의 갈래는 여럿이다.

저자는 윤휴와 송시열을 대척점에 놓음으로써 윤휴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주자학을 유일체계로 절대시한 송시열과 달리 윤휴는 중용에 자신의 주석을 붙일 만큼 둘은 확연히 컬러가 다르기 때문이다. 양반 사대부의 계급적 특권을 절대시할 방패가 돼줄 주희사상을 일점일획도 고쳐선 안된다는 송시열로선 윤휴가 지은 중용의 주석 ‘중용신주’는 ‘악의 서(書)’나 다름없었을 터다.

둘의 사이는 예송논쟁으로 더 얽힌다. 북벌을 책임지고 추진하라고 송시열을 몰아세운 효종이 갑자기 붕어하면서 인조 계비 조씨의 상복 착용 기간을 놓고 송시열과 서인은 1년을, 윤휴는 사가의 예법을 적용해서야 되느냐며 3년 입장을 고수한다.

제도 개혁의 측면에서도 송시열과 윤휴는 정반대다. 송시열이 양반 사대부 기득권자의 영수였다면, 윤휴는 서민들 입장에서 제도를 개혁하고자 했다. 윤휴는 신분마다 다른 호패법 대신 모두 종이로 신분증을 만든 지패법을 실시하고 양반에게도 군포를 걷어 재정을 충당하고자 했다. 또 만인과를 설치해 과거의 길을 고루 열려 했으나 문제는 제도의 잘못된 시행으로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저자의 재조명 방식은 주목을 끌만하지만 윤휴가 왜 사약을 받아야만 했는지 앞뒤가 선명치 않다. 저자는 바로 “아무 이유 없이 죽었다”는 데에서 윤휴 문제의 본질로 보지만 석연치 않다. 또 어떤 요인들이 사회제도 개혁의 발목을 잡았는지도 희미하다. 이번 책이 윤휴의 대강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면 다음 편을 기대해 볼 만하다.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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